무엇보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연기 장인'들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연극으로, 연기 인생 도합 115년의 신구와 손숙이 각각 아버지 역과 어머니 홍매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난다. 두 사람은 2013년 초연 때부터 작품과 함께해오고 있다.
손숙은 18일 진행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신구 선생님과는 오래 전 국립극단 시절부터 무대에 섰다"며 "그렇기에 특별히 호흡을 맞추려 하지 않아도 굉장히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아프고 슬픈 이야기라 초연 때는 너무 그 감정에 젖어있었던 같다"며 "네 번째로 작품에 임하면서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작품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신구는 "동감이다"라고 맞장구치며 미소 지었다.
조달환은 "디지털에서 AI로, 4G에서 5G로, 4K에서 8K로 너무 빨리 넘어가고 있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그런 가운데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 시대와 확연한 차이가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다는 점과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명경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릴 수 있게 하는, 같이 식사를 하고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드릴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서은경은 "저 역시 부모님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머니와 함께 자리하면 3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화가 나곤 한다"며 "많은 분이 저희 작품을 보시면서 가족을 생각하며 편안하게 눈물 흘리실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요한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에 관해 신구는 "죽는 데 잘 죽고 잘 못 죽고가 있겠습니까"라면서도 "요즘 생명 연장을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것보다는 (연극 속 이야기처럼) 자기가 호흡하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이별하는 게 잘 죽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게 제 나름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물음에 손숙은 "병원에서 뭘 주렁주렁 달고 있고, 그것만 빼면 죽는 상황인데 빼지 못하는 경우는 아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작품 속 어머니 역도 남편이 병원에서 죽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것이고, 가족과 함께 있다가 가길 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조달환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사는 게 좋을지 죽는 게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나를 추억하고 싶다면, 좋았던 추억만 생각하라'는 유언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죽음은 늘 곁에 있으니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