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가라앉고, 진실도 가라앉았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들을 향해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승준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진실을 향한 외침을 다시 끌어올렸다. 유가족과의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 존'(캐롤 디신저 감독)에 돌아갔다. 아쉽게 수상은 놓쳤지만 '부재의 기억'은 미국적이고 백인 중심적이라는,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쏠린 '아카데미'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부재의 기억'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29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진실규명이 아닌 '고통'에 집중한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참여했던 잠수사들의 고통 등 국가의 부재가 만든 참사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고통을 기록하되,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감독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 기록단이 전한 수십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중요한 장면만을 추려 29분에 담아냈다. 미국 제작사 및 편집자와 논의해 맥락을 잡고, 문화적 차이를 좁혀나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참석한 오현주 씨는 "'부재의 기억'이 노미네이트 됐다고 들었을 때부터 간절히 바랐던 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두는 것이었다"며 "숱하게 많은 감독과 PD가 세월호 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부재의 기억'에서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오 씨가 바라는 것은 전 세계 아이들이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학생들 325명 중 250명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참사를 당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일반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피해자를 냉정하게 바라보되,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준 감독은 앞으로 한국 작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재나 제작국가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이 보고 느끼는 방식이 다른 지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해 제작한다면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다"며 "다만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없이 개인으로서는 절대 못 한다.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희망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