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엔 김무열이 직접 쓴 대사도 있다

[노컷 인터뷰] '정직한 후보' 박희철 역 김무열 ①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 박희철 역의 배우 김무열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3선까지 성공한 '우리 의원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까탈스러운 취향을 모두 맞추는 건 기본, 청렴하면서도 서민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신발 앞코를 밟아 소박하게 만들고, 예측할 겨를도 없이 쏟아내는 '진실의 주둥이'에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지 않게 하려고 몸을 던져 '불이야!'라고 외친다.


12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에서 김무열이 맡은 박희철은 이런 캐릭터다. 대기업의 불의를 그냥 보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서민의 일꾼'이었던 주상숙(라미란 분)의 곁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킨다. 3선을 하며 주상숙은 변했으나, 주상숙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 박희철이 있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설마 저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자잘한 부분을 빠짐없이 챙기는 보좌관 박희철은 김무열이 그동안 대중에게 선보인 캐릭터 중 아마 가장 '힘을 뺀' 결과물일 테다.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했다는 그에게 너무 늦게 도착하긴 했으나, 김무열은 끼가 넘치는 라미란과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웃음 유발에 힘을 보탰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과의 대화를 전한다.

◇ "주워 먹고 날로 먹었다"… 라미란에게 공 돌려

김무열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라미란'이었다.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전혀 못하고 진실만 말하게 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연기한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를 시종일관 휘젓고 다니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무열은 주상숙 역의 라미란을 보좌하면서 그저 '주워 먹었다'며 모든 공을 라미란에게 돌렸다.

김무열은 "일단 책이 너무 재미있었고, 라미란 누나가 너무 웃겨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는 주로 그 리액션을 담당하다 보니까 그래도 상대적으로 고민의 양이 적지 않았나 싶다. 누나가 저보고 '줍줍했다'(주웠다)고 하더라. 맞다. 주워 먹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주워 먹고 날로 먹었다고 그러더라, 지인들이. 전 진짜 한 게 없다. 너무 편했다. 아, 미안할 정도로 한 게 없다 할 정도로… 라미란 누나를 비롯해 다 좋은 배우들이었고, 그분들이 뭘 하면 그걸 뜯어말리거나 놀라거나 웃기만 하면 됐다"라고 밝혔다.

'정직한 후보'는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전혀 못 하고 진실만 말하게 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을 주인공으로 한 좌충우돌 코미디다. (사진=NEW 제공)
혹시 박희철 역으로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이 캐스팅을 제안받고 박희철 역을 축소하자고 했다. 처음 책을 봤을 때부터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혼자 쭉 굵고 강하게 끌고 나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제 역은) 보좌관이니까 어느 정도 한계가 보였다"라고 답했다.

김무열은 "정말 '라미란을 위한, 라미란에 의한' 영화를 위해서 제가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첫 미팅 때도 그 얘기를 했다. 그래야 분량에 상관없이 제 역할 나름의 고유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라며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 아버지가 보좌관 출신, 배역 이해에 도움 돼

극중 '보좌관' 박희철은 '국회의원' 주상숙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진다.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왔을 땐 정당의 공식 색깔에 맞는 포도 주스를 제작진에게 건네고, 팔자주름이 도드라지는 각도를 피해 조명을 조정해 달라는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다. 작품 연출을 하겠다고 정한 후 의원회관부터 갔다는 장유정 감독의 집요한 취재가, 영화 속 구석구석에 반영된 결과다.

특히 김무열은 아버지가 과거 보좌관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이 직업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김무열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좌관이셨다. 어렸을 때부터 이 직업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구나'까지는 아니어도 알게 모르게 혹은 우연히 보좌관, 비서분들을 만난 적도 있다. 아버지가 하던 일을 보다 보니, 보좌관과 비서의 차이 이런 것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보좌관 역할을 위해 외적으로 준비할 것은 없었을까. 김무열은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뭐 어떻게 하냐고 했다. 멋있어 보이는 걸"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김무열에 따르면, 장 감독은 '셔츠를 걷었는데 팔뚝 힘줄이 나와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옷 색도 신경 썼다. 장 감독은 블루를 주요 색으로 잡고, 톤 조절을 하며 두 벌의 의상을 번갈아 입혔다. 김무열은 "(감독님이) 색상 고민을 진짜 오래 하셨다. 그냥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본인은 의상 전문가가 아니니까 의상 버스가 오면 '입은 걸 볼 수 있을까요?' 해서 매번 피팅했다. 저는 그래도 의상 가짓수가 몇 개 없어서 몇 번 안 했다"라고 말했다.

김무열은 취재진에게 박희철 의상이 극중 몇 벌 나오는지 묻고는 "저는 입으면서도 몰랐는데 이미 (다른 색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하더라"라며 "블루가 칙칙하지 않게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을 줬던 것 같다. 캐릭터와 직업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무열은 '정직한 후보'로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웃기고 유쾌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는 4선을 노리는 국회의원 주상숙을 진심으로 보좌하는 보좌관 박희철 역을 연기했다.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 김무열이 직접 쓴 대사는 무엇?

'정직한 후보'는 4선에 도전하는 주상숙의 '현재'를 그리기에 주상숙과 박희철이 어떻게 이렇게 '의리 가득한' 관계가 되었는지 자세히 나타나지는 않는다. 주상숙의 홍보 영상에 잠깐,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잠깐 노출될 뿐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해 전사를 어디까지 생각해 보았는지 묻자, 김무열은 "저는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부모님 치료가 잘 안 됐고 결국 돌아가신 상태에서 동병상련인 주상숙을 만났다고 봤다. 정말 그때는 주상숙이 든든하고 감사하고 누구보다 믿을 만한 존재였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비례(대표로) 당선됐을 때부터 (박희철은 주상숙) 곁을 지켰던 인물이니까"라고 말했다.

"(둘의) 인연이 심정적인 부분이 커요. 보험사기 소송 제기를 하면서 운동을 했고, 그때 만들어진 인연이거든요. 박희철이라는 사람한테 주상숙은 '의리란 게 이런 거구나' 알려준 인물이고요.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보좌를 한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곁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호감, 믿음, 어떤 땐 사랑. 희철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주고 가끔은 앞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줬던 사람이 주상숙이었거든요. 희철이 든든하게 느껴졌다면 저한텐 되게 큰 성공인 것 같아요."

주상숙은 시간이 흐르며 변했다. 그러나 주상숙을 믿는 박희철의 마음은 여전하다. 그건 영화 후반부 그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알고 보니 이 대사는 김무열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그는 "뒷부분에 길게 하는 대사는 제가 써서 감독님한테 드렸다"라며 "박희철이 유일하게 그동안 해 보고 싶은 말을 (주상숙에게) 할 수 있던 기회였다. 감독님도 고민 많이 하시던 차에 제가 밤늦게 써서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김무열은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다. 오늘 만나면 취소하자고, 없었던 일로 해야지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거다. 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자기는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하셔서 그러자고 했다"라며 "(그 대사할 때) 적절하게 코미디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박희철이 믿고 의지하는 주상숙처럼, 김무열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지 묻자 그는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몇 명 있다고 답했다. 생활이 어려웠을 때도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도와 준 관장님, 현재 소속사 대표인 여준영 씨,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 윤승아를 꼽으며 "그 외에도 너무 많다. 항상 빚지고 사는 인생 같다. 너무 고마운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계속>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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