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본에서는 지역축제와 국가행사가 취소 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2020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리허설은 도쿄에서 열렸다. 성화봉송 주자들은 통제된 경로를 따라 불이 붙지 않은 성화를 들고 달렸고, 인기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까지 참여해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다.
일본 방송 NHK에 따르면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저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일부 진행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는 실전 목표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소감만을 남겼다. 주류 언론사들도 코로나19 확산기에 행사를 정상 진행한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도쿄에는 현재 지역사회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5일에만 코로나19 감염자가 8명 발생했고, 16일에도 5명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들 중 도쿄 소형 유람선 '야카타부네'에서만 11명의 확진자가 나와 또 다른 집단감염까지 나타났다.
지역감염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한번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행사들이 취소됐고, 그 중에는 이번 리허설처럼 정부 차원의 행사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그대로 강행해 방역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오카야마시에서는 '알몸 축제'가 열려 1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일본 전통행사인 '알몸 축제'에서는 샅바 차림의 남자들이 복을 주는 나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
NHK는 축제 풍경을 "한 시간이 넘도록 남자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뒤엉켜 열기에 휩싸였다.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나무를 빼앗으려는 남자들이 큰 파도가 됐다"라고 묘사했다.
우승자는 "형제와 함께 참가해 마음이 든든하다. 매년 참가하고 있고, 올해야말로 나무를 갖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서 정말 기쁘다"라고 인터뷰를 가졌다.
이 축제의 문제는 밀집한 참가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서로 접촉한다는 지점이다. 자국 내 감염 확진자들의 접촉자가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 이런 행사로 집단감염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대해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이는 사람 외 타인과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의 권고는 이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이다.
지역감염 환자들이 속출한 이후에도 후생노동성은 16일 기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벤트나 행사 등 참가·개최'에 '자제'보다는 '주의'에 가까운 지침을 유지했다. 기침 에티켓, 자주 손씻기, 주최 측의 손소독제 설치 등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응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 사회는 왜 코로나19 확산에도 무감각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재난, 감염병 등 치명적인 문제를 정치 의제화 하지 않으려는 일본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곧 있을 2020 도쿄올림픽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용찬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학회장은 "일본 정치권력은 축소와 은폐를 통해 부정적인 사건들이 정치 의제화 되지 않도록 한다. 언론은 비판과 감시 기능을 잃었고, 시민사회 의견도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라며 "아베 정권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생각이라 더욱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견 성숙한 시민 의식에 맡겨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그렇지 않다.
김 학회장은 "우리가 더 코로나19를 국가적으로 통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건 결국 국민이 정부와 의견을 소통해 반영된 결과다. 때로는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일본은 시민사회가 부재한 형식적 민주주의에 그친다. 그래서 결국 시민들도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무감각해진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