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사이 불협화음까지 지속되면서 4·15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악재가 거듭되는 형국이다. 각각 선거의 중립성과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언론 재갈 물리기 식 대응과 검찰 길들이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수도권에선 자칫 과한 대응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자칫 총선 판을 그르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쿨 하지 못해 미안'…사과인듯 사과 아닌 민주당
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교수 사태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민주당이 더 잘하겠다. 더 낮은 자세로 소통·공감하며, 민생 챙기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나가겠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고발인이기도 한 이해찬 대표 차원의 입장 표명이 없어 일각에서는 사과의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 역시 고발 행위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과 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고발 조치가 이뤄진 다음날인 14일 회의에서 당 대표를 포함해 최고위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고발을 빨리 취하하고 쿨(cool)하게 사과하라'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최고위 의원은 "(고발 조치에 대해) 우리당의 뜻은 그게 아니다"라면서 "금요일에 지도부가 쿨하게 사과 표명을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시인했다.
또 당 지도부 일각에선 임 연구교수가 1998년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소속으로 서울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손학규 후보 캠프에 이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캠프에서 홍보 부단장 등을 맡은 이력을 문제 삼는다.
이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날 기자들에게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겸손함을 잃었거나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당을 대표해 사과했다.
임 연구교수도 곧바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민주당 당대표의 공식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인순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분위기다.
◇ 秋장관의 '검찰개혁', 여당서도 우려 목소리
검찰개혁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 인사를 단행해 수사팀을 물갈이하고, 이후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자마자 국회와 논의 없이 공소장 일부 비공개 방침을 결정한 부분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국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다면 추 장관이 일등 공신일 것"이라며 "검찰개혁에는 동의하나 타이밍 하나하나가 국민이 봤을 때 오해하기 쉽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공소장 비공개 문제의 경우 최소한 국회와 한번 상의하고 진행했으면 모양새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독불장군 추 장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 서울 종로에 이낙연 전 총리, 경남 양산을에 김두관 의원, 경기 남양주병에 김용민 변호사, 경기 고양병에 홍정민 변호사를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수도권과 험지인 PK 지역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직접 배치하는 한편, 물갈이 등 고강도 인적쇄신책을 통해 사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스템 공천 심사와 공정한 경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의 20% 정도를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도 19일까지 현역 의원이 혼자서 공천을 신청한 지역 등 87곳에 대해 추가로 후보를 공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