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로또청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청약1순위의 거주요건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 "실거주 확인은 걱정 마라…'그런 사람' 여럿 있어"
"서울 강남, '주소 이전'만 원한다."
직접 살지는 않을 테지만, 주소만 그곳으로 옮길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을 한 고시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자 몇 시간 만에 여러 건의 쪽지가 날라 왔다.
'방값 아닌 방값'을 싸게라도 치를 테니 사실상 위장전입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지만, 자연스럽게 "따로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가 온 것이다. '강남구 ○○동인데, 월 5만 원에 가능하다'는 조건을 아예 대놓고 제시한 곳도 있었다.
"연락을 달라"는 쪽지에 전화를 하자 서울 서초구의 A 고시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대차)계약서 없이도 전입신고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계약서를 꼭 제출해야 하더라"고 설명하는 한편 "가격은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유가 되면 아예 방을 잡아서 옷도 좀 갖다 두라"며 "전기나 수도 등을 전혀 안 쓸 테니 상시 거주자에 비해서는 좀 더 싼 값에 실제 방을 내주겠다"는 '추가 제안'도 있었다.
강남구의 B 고시원 역시 "계약서만 쓰면 되니 직접 방문하지 않고 중간에서 만나 얘기하는 것도 괜찮다"며 "주소를 옮겨두면 우편물 보관과 발송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여부를 확인한다던데"하는 걱정에도 이들은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A 고시원은 "통장으로부터 이번 달 전입에 관해 묻는 전화가 오면 '누가 들어왔다'고 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B 고시원 역시 "원래는 통장이 직접 오지만, 우리 사업장은 워낙 단기 거주가 많아 전화로 해결된다"며 "'실제 거주하고 계신다'고 말만 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C 고시원은 "청약 목적으로 이러는 분들이 더러 있으니 걱정 말라"고 운을 뗐다. "현장 점검을 나오더라도 어차피 낮 시간대이니 '실제 살고는 있지만, 지금은 일하러 나갔다'고 말하면 되고, 보기에도 자연스럽게 당신과 비슷한 나이대와 성별의 실거주자를 묶어주겠다"라고도 말했다.
이밖에도 '장기 할인도 가능하다' '관리실 상주자가 있어 방문에 대응할 수 있다'는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달린 쪽지는 계속됐다.
◇ 실제 적발엔 부침이…'실거주 요건 강화'도 난관
원하는 지역의 청약 조건을 맞추거나 학군에 배정받기 위한 위장전입은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실제 적발해내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 점검의 원칙이 '방문‧대면 확인'이지만, 실제 낮 시간동안 출근 등 이유로 집이 비어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관리자가 "일을 나갔다"고 하면 좀처럼 확인이 어려운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통‧이장의 도움으로 주민등록상 내용과 실거주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데, '거주자가 계속 없다'는 경우와 같은 애로사항이 있다"며 "다만 명백히 위반되는 사안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주 요건 강화' 자체도 여러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부동산 안정화 방안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내 우선공급 대상자의 최소 실거주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을 지난 1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해당 입법예고에 달린 500개 이상의 댓글 대다수가 "일괄 적용, 소급 적용에 반대한다"는 비판과 유예 요구인 상황이다.
아예 이 부분을 재검토하는 데 대해 국토부는 "예외 규정 마련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며 우선 선을 그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