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코로나19' 언제 알았나…1월7일 띄우려다 역풍

관영 언론, 1월 7일에 첫 언급 강조
홍콩 명보 "언급은 했지만 춘제 분위기 망치지 않게 하라"

현장 방문한 시징핑 중국 국가 주석(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자 보름전의 중국지도부 내부 회의 내용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코로나19가 사람간 전염이 안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지난달 초기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련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시 주석이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힘들게 했다는 분석도 나와 발언록 공개가 혹떼려다 혹붙인 격이 될 수도 있다.

15일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 3일 열렸던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코로나19 방제와 관련한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시 회의에서 "나는 1월 7 일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정치국 상임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예방 및 통제를 요청"했고 "1 월 20 일에는 병의 확산을 막을 것과 예방 및 통제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즈는 17일 인터넷판 머릿기사에서 시 주석이 인민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방제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즈는 특히 지도자급들이 모인 상무위원회에서 그렇게 많은 구체적인 지시와 신랄한 비판이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시 주석이 1월 7일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홍콩 언론 명보가 전하는 당시 회의 실상은 좀 다르다.

지난해 12월 말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곧바로 개입해 조사에 나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호흡기를 통해 전파될 위험이 크니 즉시 방역 조처를 해야 한다"고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보고했다.

보고 직후인 지난달 6일 가오푸(高福)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비상 방역 태세를 2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튿날인 7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최고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이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을 가리키는 '중앙 영도인(領導人)'은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러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추스에 나온대로 시 주석이 코로나19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 것은 맞지만 지나친 대응으로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다.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중국 질병당국의 코로나19 대처는 시 주석이 첫 언급을 했다는 1월 7일 이후에도 한동안 사람간 전파 가능성이 낮다며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호복을 생산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후베이성의 대규모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6~10일)됐고 우한 도심에서는 총 4만 가구 이상이 참여한 초대형 행사인 '만가연'(萬家宴)이 열렸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깨닫고 전시체제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0일 시 주석의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라는 지시가 있은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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