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확진자 찾아라…29번 환자 역학조사 비상

동네 의원 2번 찾고, 선별 진료 안 받아 병원 감염 우려
29번 감염시킨 '미지의 확진자' 지역사회 활보도 우려
질본, 발병시점 전후 이중 역학조사 실시
"샅샅이 뒤져 최대한 빠르게 감염경로 밝혀내야"

(사진=자료 사진/윤창원기자)
국내 코로나19의 29번째 확진자는 해외 여행력도 없고, 확진자의 접촉자도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감시망 밖에 있으면서 29번 환자를 전염시킨 미지의 확진자를 빠르게 파악하는 일이 지역사회 전파 우려를 그나마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코로나19와 무관한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병원 조치로 발견

국내 29번째 확진자는 82세 한국인 남성으로 지난 15일 낮 12시쯤 코로나19와는 무관한 가슴 통증으로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도 코로나19가 아닌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진료를 실시했다. 그런데 영상검사상 폐렴 소견이 발견되자 의료진은 오후 4시쯤 환자를 음압격리실로 옮기고 환자의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결국 16일 확진판정을 받은 29번 환자는 16일 오전 1시 30분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서울대학교 병원에 격리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확진자 중 최고령이고 다른 질환까지 앓고 있어 건강상태에 우려가 크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16일 "37.5도 정도의 발열과 폐렴이 있지만, 산소공급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며 전반적인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폐쇄 (사진=연합뉴스)
◇ 29번 환자 병원 내 전파에, 미지의 확진자 활보 우려…"빨리 밝혀야"

문제는 29번 환자가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기 전에 지역 의료기관 2곳을 방문했고, 코로나19 의심 증세인 발열이나 호흡기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것이 아니기에 선별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지역 의료기관이나 위중한 환자들이 밀집한 응급실에서의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29번 환자가 어디서, 누구에게 전파된 것인지 현 단계에서 전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29번 환자를 발생시킨 미지의 확진자가 우리 정부의 방역 체계에 잡히지 않은 확진자라면, 여전히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추가 확진자를 양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도 이중으로 이뤄지고 있다.

29번 환자의 발병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는 동시에,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발병시점 이전 2주 동안의 동선과 접촉자들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29번 환자의 접촉자를 찾아 자가 격리 등의 조치를 실시하는 일과 29번 환자를 전염시킨 사람을 찾아 격리해 치료하는 일 모두 추가적인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데 필수 조치들이다.

하지만, 카드사용 내역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29번 확진자가 발병 이전에 만난 불특정 다수를 모두 빠르게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본은 이미 전국에서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코로나19 확진자가 7명이나 발생해 방역 체계가 혼란에 빠졌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환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교수)은 "일본이 이미 큰 혼란을 겪는 것처럼 우리도 빠르게 29번 환자의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며 "쉽지 않겠지만 잠복기 내 29번 환자의 모든 동선과 만난 사람들을 샅샅이 뒤져서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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