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전 세계적인 경쟁이 격화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배터리 기술 탈취 소송(영업비밀 침해)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에 따라 3월 초 예정됐던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만 남았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의 영업침해 소송을 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통해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진행한 정황이 나타났다며 ITC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ITC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수입 금지 효력이 생긴다.
따라서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 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고 1조원 가량의 추가 투자도 계획 중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물밑 협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TC행정판사가 내린 예비 결정은 약 90%가 ITC의 최종 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 결정으로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 역시 중국과 일본의 배터리 업체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송을 오래 끌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이번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결정문을 검토한 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라면서도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