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민철기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약취미수와 체포치상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40)씨에게 최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7월 오후 10시쯤 당시 16세였던 여학생 B씨와 함께 거주지인 빌라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A씨는 B씨가 6층을 누르는 것을 본 후 자신이 사는 5층에 내려 집에 가방을 두고 문을 열어둔 채 계단으로 6층에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벽 옆에 숨어 기다리던 A씨는 B씨가 집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려 하는 순간 뒤에서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다. 인기척을 느낀 B씨가 돌아보자 머리채를 붙잡고 계단 쪽으로 끌고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딸의 비명을 들은 부모가 나와 제지하면서 납치는 미수에 그쳤다. 부모가 즉시 112에 신고하면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먼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에 비춰볼 때 엄중한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범죄가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감안해 징역형은 1년에 그쳤다. 검찰이 A씨의 재범 위험성이 크다며 요청한 전자발찌 부착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3년 12월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용변을 보는 여성을 훔쳐보다가 방실침입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며 이번 사건과 동종 범죄가 아니어서 재범 위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재범 위험성이 총점 6점으로 낮은 수준이며, 종합적인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이라는 점도 반영했다.
이외에도 "2005년 대학교 졸업 후 회사에 취업해 성실하게 생활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