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민주당을 찍지 말자'는 내용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에 대해 해당 언론사와 함께 임 교수를 고발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수 있다는 반발이다.
◇ '민주당 찍지 말자'는 칼럼 어떻게 봐야하나
공당에 대한 평가나 비판을 하는 칼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임 교수 칼럼 처럼 크게 논란에 불이 붙은 경우는 흔치 않다.
해당 칼럼은 여당은 촛불혁명의 주역이 아님에도 권력을 잡은 후 국민의 '상전'이 됐다며 더이상 속지 말고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일치한 사례는 아니지만 언론 보도에 대해 정당이 항의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7일 '보수 야당 심판론'이 '정부 실정 심판론'보다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KBS를 항의 방문했다.
KBS는 해당 여론조사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통보를 받았다.
특정 정당에 대한 잘못을 꼬집고 비판하는 칼럼은 수없이 많지만 그렇다고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찍지 말자'라고 노골적인 표현을 쓴 경우는 드물다. 민주당에서 발끈할 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며 경향신문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임 교수는 과거 정치 이력을 친여당 성향 네티즌들이 파헤치자,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 더시라고 올린다"며 스스로 이력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임 교수는 1998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서울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손학규 민주당 후보 캠프에 이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캠프에서 홍보 부단장 등을 맡았다.
이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임 교수의 칼럼이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건 억측"이라는 주장과 "공교롭게 지금 민주당 주류와의 관계만 없다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글이라고 볼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이 여론의 역풍 때문에 고발을 취하했지만, 임 교수의 칼럼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도 분석이 다양하다. 민주당이 고발한 혐의는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 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다.
'선거법 위반이 안된다'는 측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열린우리당이 많은 의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단순한 비판 기사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이 판단한 때도 있었다.
지난 총선 당일 시민기자가 올린 글을 검토·등록했던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지난해 10월 17일 유죄를 확정(벌금 50만원 선고유예) 받았다.
'피고인이 선거운동이 금지된 20대 총선 당일에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비난하는 칼럼을 언론사 홈페이지에 등록해 공개함으로써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했다' 게 유죄 판결의 근거였다.
해당 기사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뿐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여러 정당의 후보 발언을 문제 삼았었다.
한 서울 소재 정치학 교수는 "엄격히 법을 적용한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그럼, 민주당은 뭘 잘못한 것일까
그럼 민주당의 고발 조치는 정당한 것일까. 임 교수의 칼럼에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고발 조치에는 반대한다. 문제의 선거법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김 기자의 경우는 극우 시민단체가 고발을 취하한 것을 검찰이 끝까지 기소해 유죄확정에 이른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검찰 기소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의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 훼손이 우려되서다.
민주당이 헌법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법 조항을 근거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스스로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하는 노력을 했어야지, 이를 칼럼에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칼럼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논평 등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표현의 자유'로 응대했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건국대 김용민 교수는 "여당으로서 비판 컬럼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옹졸하다"며 "여당은 원래 욕먹는 자리지만 최대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