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2일 아침 "차에서 여자가 죽은 것 같다"는 신고가 112로 들어왔다. 사망한 여성이 발견된 곳은 고속도로 옆 인적 드문 시골길 차 안이었다. 차량 앞 유리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내부에서 수면제와 양주 등이 발견됐다. 정황상 자살로 보였던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남편이 신고했었어요, 남편이. 거기가 좀 외진 데라 거기를 알지 못하면 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서…." - 당시 사건 담당 형사
신고자는 사망한 여성 A씨의 전 남편 B씨였다. 사망한 A씨 명의로 된 보험이 발견되면서 B씨는 신고자에서 용의자로 전환됐다. 그는 수개월 뒤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만일 내가 피고인의 처지였다면 나는 피고인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음…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 전 남편 변호인
제작진을 만난 B씨는 자신이 전 부인 A씨의 자살을 도왔다고 고백했다. 유방암 3기로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전 부인이, 12년 전 이혼한 자신에게 연락해 자살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모를 간병하던 B씨는 A씨가 키우던 장애인 딸마저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 10개월 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A씨를 설득하던 B씨는 결국 그날 그녀의 바람대로 차에서 자살을 도왔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5일에는 아들이 숨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치매 어머니가 두 달이나 아들과 곁에 있다가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그 이틀 뒤인 7일에는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와 그 옆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딸이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간병가족은) 집에서 환자만 간병을 하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단절돼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지인들과의 관계도 끊기고…." - 서울신문 임주형 기자
"돌봄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관계가 끊어지고, 단절되고, 상실되는 과정들을 경험해 왔던 것 같아요.” - 서동민 사회복지학 교수
제작진은 "2달간 간병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심층 취재했다"며 "가족이 치매나 장애를 겪게 되면서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에서,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자가 죽든, 보호자가 죽든 지금의 상황을 끝낼 수만 있다면 죽음이 차라리 더 나을 거라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간병가족들의 현실이 이번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