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서울 강남·송파 지역에서 직접 거래를 하겠다"며 이런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글이 올라온 지 15분 만에 판매자의 연락처를 묻는 댓글이 올라왔다. 10분 뒤 "제품 문의드린다"는 또 다른 댓글이 달리자 판매자는 "이미 판매 완료됐다"고 했다.
15일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보면 구매한 마스크를 되판다는 글이 여러 건 발견된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를 사재기한 뒤 집에 쌓아뒀다가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경우였다.
한 30대 공무원은 "아내가 사놓은 마스크 중 KF80 70개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10만원에 내놨다"며 "집에 KF94 마스크도 충분히 사 놨는데 잘 쓰지 않는 KF80 마스크까지 쌓여 짐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긴 이후 KF94 마스크를 남편과 함께 수십 개에서 100개씩 보이는 대로 구매했다는 40대 여성은 "막상 사 놓은 만큼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있어 온라인 중고마켓에 60개를 8만4천원에 내놨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마스크를 잔뜩 사들여 쟁여뒀다가 감당이 안 되자 되파는 중국인도 있었다. KF94 마스크 100장을 16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중국인은 "중국에 있는 부모님 댁에 보내려고 마스크를 샀는데 300개 이상은 못 보낸다고 해서 남은 것을 집에 보관하다가 너무 많아 처분하려고 올렸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KF94 마스크 540매를 120만원에 내놓은 판매자에게 연락해 "물건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방 안에 쌓아놓은 마스크 박스 사진이 금세 전송됐다. 마스크 540매는 기자가 문의한 지 1시간 만에 거래가 완료될 만큼 구매 경쟁이 치열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마스크를 구했다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너무 비싸거나 매진돼 구하기 어려웠는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검색하니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재기한 사람들이 남은 물건을 되팔아주니 다행이긴 한데, 판매 글이 올라오는 족족 거래가 완료돼 이것도 겨우 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