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쪽지까지 '극과극'…우한 교민들 2주 생활기

격리시설 지정부터 '잡음'…입소 마치니 사생활 취재
찬밥 도시락 불평 빈축샀지만 대다수는 '감사' 쪽지

1·2차 전세기로 입국한 700여명 우한 교민들이 격리 생활을 마치고 오늘(15일)과 내일(16일) 차례로 퇴소한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열기 속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한 교민들의 2주 격리 생활을 정리해봤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 머물고 있는 교민과 유학생 등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지난달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 교민들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주민들 반대 속 입국…입소하자 과열된 취재

우한 교민들 입국 전부터 임시생활시설 지정은 뜨거운 감자였다. 교민들이 잠복기 2주 간 격리될 장소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정해지자 주민들은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1차 전세기로 교민들이 귀국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감염 불안에 떨다가 귀국한 이들에게 반대 목소리 대신 따뜻한 응원을 건넸다. 그렇게 2차 전세기 입국 교민들까지 1일 무사히 입소를 마쳤다.

입소 후에는 교민들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와 '가짜뉴스'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3일 한 종편 뉴스는 제보 영상을 근거로 아산에 격리된 교민들이 세탁기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교민들을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시설 내에 공용세탁실이 있지만 세탁은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입소 첫날 공지된 안내문에도 '세탁은 각방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언론사는 입소 직후 드론(무인 항공기) 등 각종 장비로 교민들의 생활상을 촬영했다. 이를 두고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에 따른 사생활 침해와 불법 촬영 문제가 제기됐다. 드론에 촬영된 한 교민은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제 복용과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이 격리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은 드론 비행 금지구역은 아니지만 드론을 띄워 항공촬영을 하려면 국토교통부와 국방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교민들에 대한 촬영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 언론사가 옆방 교민들끼리 먹거리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하는 등 취재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3차 전세기로 들어온 교민들과 중국인 가족들은 군사시설이라 드론 등 촬영이 불가한 이천 국방어학원에 입소했다.

(사진=정부합동지원단 제공, SNS 캡처)
◇ 찬밥 도시락 논란과 따뜻한 감사 쪽지 릴레이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산과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을 방문해 교민들을 위로하고, 시설현황을 점검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교민들에게는 창밖으로 인사하고, 특별 도시락을 제공했다.

이 도시락이 또 한 번 논란의 불씨가 됐다. 한 입소자가 자신의 SNS에 "차가운 밥이 싫다"며 대통령 제공 도시락을 촬영해 불만을 전한 것이다. 그는 '찬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업체를 다양화해 따뜻한 도시락을 먹고 싶다', '전자레인지 없느냐' 등의 요구 사항을 SNS에 잇따라 올린 바 있어 더욱 빈축을 샀다.

그러나 대다수 교민들은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정부합동지원단 소속 직원들에게 교민들이 남긴 쪽지가 특히 큰 화제를 모았다. 원래 필요·불편 사항을 알리기 위해 문앞에 붙였던 쪽지였지만 어느새 교민들과 직원들을 잇는 징검다리가 됐다.

어떤 교민들은 쪽지에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도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담았다. 또 다른 교민들은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에 상처 받지말라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어린이들은 그림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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