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확진자 급증 주범 '임상진단환자' 국내 영향은?

수 천명 의심환자 진단 검사 역량 없는 중국
이틀 동안 15000명 ↑ 신규 확진자로 분류해
후베이성은 폐렴만 있으면 확진 판단 이전에 치료 실시
진단은 둘째 문제, 빠르게 조치해야 사망 방지 '고육책'
후베이성 '봉쇄'로 직접 국내 영향 미미할 듯
나머지 본토 '임상진단환자' 국내유입 차단이 관건

중국이 지난 13일부터 확진자 분류 기준을 변경하면서 이틀 동안 무려 2만여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견됐다.

신규 확진자의 대다수인 1만 6천 여명은 후베이성의 '임상진단환자'라는 새로운 집단인데, 우리 보건당국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 코로나19 진단 벅찬 中, 고육책 '임상진단환자' 집계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가 홍콩에 마련된 가운데 7일 마스크를 쓴 홍콩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애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가 1만 5152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14일에는 5090명의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발표된 신규 확진자가 2015명, 지난 11일 신규 확진자가 2079명이었던 것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치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코로나19 사례정의를 개정하며 진원지인 후베이성에만 '임상진단환자' 항목을 새로 만들어 이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 모두를 확진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임상진단환자로 분류된 사람은 13일에는 1만 3332명, 14일에는 3095명에 달했다.

임상진단환자는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통한 코로나19 확진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의심 증세인 폐렴이 나타난 환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은 현재 임상진단환자에게는 코로나19 확진자에 준하는 치료와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 감염이 확인된 확진자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분류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상진단환자를 확진자 수에 포함하지는 않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이들을 확진자 수에 반영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의 진단 체계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의심환자가 확진자와 같이 조기에 치료를 받아 완치율을 올릴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베이징 철도역서 비닐과 마스크로 무장한 가족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모든 의심 환자를 진단한 뒤 확진 판단을 내릴 상황이 되지 않으니까 치료라도 빨리 이뤄지게 하려는 것 같다"며 "환자가 너무 많으니까 의사 판단에 맡긴다는 뜻으로 나름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국내 신종플루 유행이나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때에도 의심 환자는 급증하는데 확진 판단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임상 증상이 맞으면 바로 치료를 시작한 바 있다.

확진 여부에 대한 진단은 둘째 문제고, 빠르게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증상도 완화되고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보건당국의 판단도 비슷하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14일 "저희 판단으로는 중국이 한꺼번에 수 천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검사할 수 없으니 임상진단환자로 분류해 더 적극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후베이성의 환자발생 상황이 아직 통제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중국이 가진 검사 역량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의심환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치료에 방점을 찍었다는 말이다.

◇ 후베이성 급증은 국내 영향 없다지만 타 지역 임상진단환자가 문제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후베이성의 임상진단환자 급증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후베이성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고, 우리는 후베이성 전체를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로의 추가 유입은 차단된 상태"라며 "국내 위험이 커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후베이성 이외의 중국 본토에서 벌어지는 전파 양상을 볼 때, 나머지 성과 시에도 임상진단환자들이 다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는 임상진단환자를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격리되지 않은 임상진단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보하며 다른 경증 환자들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경증 환자들이 국내로 유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재갑 교수는 "후베이성이 문제가 아니라 광저우 등 통제가 되지 않는 주변 도시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며 "중국 전역에 임상진단환자로 분류할 만한 숫자가 많이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은경 본부장도 "춘절 이후의 국내 인구 유입과 경증환자로 인한 전파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