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속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네 초인종을 누르기 전 가짜 신분 '제시카' 프로필을 외우기 위해 오빠 기우(최우식)와 부른 노래다. 한국인이라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겠지만, 외국 관객에게까지 '제시카 송', '제시카 징글'로 불리며 회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지만 중독적이어서 자꾸 따라부르게 되는 멜로디가 한몫했을 법하다.
이 멜로디를 만든 '독도는 우리 땅' 원곡 작곡가 박문영(예명 박인호·68) 씨는 13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에 "독도를 무력에 의해서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방법"이라며 "그대로 되는 것 같아 봉준호 감독과 박소담 배우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제시카 송'이 유명해지면서 원곡 '독도는 우리 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박씨는 자신에게도 사진 찍자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한국인 애창곡 '독도는 우리 땅'은 어떻게 세계 관객의 뇌리에 남은 '제시카 송'이 됐을까. '제시카송'은 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어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 하는 영어 가사가 적힌 티셔츠와 머그잔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씨에게 '독도는 우리 땅' 멜로디의 마력을 묻자 그는 "미국에도 동일한 노래가 있다. 바로 징글벨"이라고 답했다. '징글벨 징글벨∼'과 '울릉도 동남쪽∼'하는 서두가 비슷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게 들렸을 거란 얘기다.
그는 '제시카 송'을 부른 배우 박소담 연기력을 인기 요인으로도 꼽았다.
"제시카 송은 박소담씨가 없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거예요. '가수'가 좋았죠. 사람들은 심각한 장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굉장히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긴장감과 이완감을 동시에 살렸죠."
'독도는 우리 땅'이 만들어진 것은 1982년으로, 음반이 아닌 TV 전파를 먼저 탔다. KBS 라디오 PD 겸 코미디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박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정광태, 임하룡 등 개그맨 4명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심각한 군부독재 하에서 자존감이 제로가 된 시대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존심을 살려보자는 생각을 갖고 노래를 재밌게 써 보기로 했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국토의 '맨 끝'에 주목했어요."
당시 백과사전에 '동경 132도, 북위 37도' 하는 기본적인 정보만 있어 그가 직접 자료조사를 하며 작사했다고 한다. 당초 음반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한 옴니버스 앨범에 실렸다.
"정식 취입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노래하는 걸 본 레코드 업자가 음반 A면을 채울 곡을 찾다가 '아 저 노래다' 했던 거죠. 당시에는 A면이 B면보다 길어야 했거든요."
'독도는 우리 땅' 외에도 '한국을 빛낸 백명의 위인들'이라는 '메가 히트곡'을 만든 박씨는 동요 가수로도 활동했다.
독도를 알리기 위한 '독도 플래시몹'에도 지난 10여년간 참여한 그는 '제시카 송'의 인기와 함께 결실을 본 것 같다는 소회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