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중한 '예적금' 만기됐으니까 오셔서 재예치 하라고 문자를 보냈다고요. 저희 엄마는 펀드를 해보신 적이 없어요. 보통 예금 통장에 넣어왔는데, 그 지점장이 이자가 조금 더 나오는 입출금 자유로운 통장에 넣어놓으라고 해서 들은게 국공채에요. 그랬다가 펀드란 말 한 번 하지 않고 독일DLF 상품에 들라고 안전하다고만 했고요."
팔 때는 '예적금 상품'이라고 해놓고, 손실 나고는 'DLF 펀드 상품'이라고 하면 다인가요? 제가 엄마 문자를 봤더니 그 지점장이 정말 수시로 이 DLF 상품 부당 권유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금융위는 이걸 불완전 판매 사안으로 봐야 하는지 이견이 있다고요? 은행 편인가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과태료를 대폭 낮추자,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DLF 사태와 관련 은행에 대한 중징계를 주장한 금융감독원과 달리 금융위가 제재 수위를 감경하면서 금융위가 금융사 편을 드는게 아니냐는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12일 오후 늦게 열린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각각 190억원, 160억원 수준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두 은행에 대해 각각 230억원, 260억원의 과태료 부과 제재를 결정한 것과 비교해봤을 때 40억원, 100억원이 깎였다. 과태료 부과 안건은 이번 증선위와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증선위가 과태료 감액을 결정한 것은 △전례에 비춰 과태료 금액이 너무 높았고 △두 은행 측이 피해 고객들에 대한 배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세부적으로 봤을 때 하나은행의 경우 설명서 교부 의무의 고의성 여부가 논란이 됐고 우리은행의 경우 광고 문자로 인한 피해 여부가 쟁점이 됐다.
즉, 금감원이 하나은행이 설명서 교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데 대한 과태료를 높게 산정한 것과 관련해 증선위는 고의가 아닌 부분을 과태료에서 깎았다. 또 우리은행이 보낸 광고 전송 전체에 대해 과태료를 매겨야 한다고 금감원이 주장한 반면, 증선위는 피해가 난 것을 중심으로 과태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논란은 어디까지를 처벌 범위로 봐야되느냐 인건데 좀 넓게 가지고 온 게 아니냐, 범위를 넓히는 게 맞냐는 논란이 있었다"면서 "이번 과태료 수준 자체가 전례 없이 제일 높은 수준으로, 과거 70~80억 넘은 게 별로 없었다. 중한 죄질인 건 맞는데 과태료 수준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없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 인정했던 게, 이번 DLF 사태가 전례 없는 사고라는 점"이라면서 "그래서 금융위는 이 후속 대책으로 사모펀드 개선책도 마련한 것이 아니냐. 전례 없는 과징금을 내려야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가 사라지는 건데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허위 광고 문자 등에 대해 피해를 입었을 때만 과태료를 매긴다는 판단은 향후 불법 광고를 조장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49조에 따라 부당 권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같은 증선위 판단이 내려진 이상 향후 금융사가 부당 권유를 저지르고도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다.
독일 DLF 피해자 딸 A씨는 "허위 광고 문자를 계속해서 보내놓고 우리은행은 제대로 된 배상 비율에 이를 산정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런데 금융위는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잘 해주기 때문에 과태료를 깎아준다니,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