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투본은 13일 공식입장을 내고 "(종로구청은) 오늘 판사의 판결에 의해 진행되는 합법적 집회의 최소한의 지원시설을 철거했다"며 "이는 시민의 의사를 넘어선 공권력 남용이자, 종교탄압"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기총과 범투본, 전광훈 대표회장의 입장은 앞으로의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범투본은 천막철거와 상관없이 청와대 앞 집회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7시 25분부터 오전 9시까지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위치한 천막과 적치물을 일괄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청와대 사랑채 인근부터 진명초소까지 800m 구간에 설치된 범투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9개 단체의 천막 13동과 적치물이 철거됐다. 13동의 천막 가운데 4동이 범투본 측 소유였다.
범투본은 지난해 10월3일부터 청와대 앞을 '광야교회'라 이름 붙인 뒤 농성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소음과 통행차단 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결국 경찰이 집회를 전면 통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범투본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회는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범투본은 야간을 제외한 주간집회를 이어왔다.
종로구청은 범투본을 비롯한 이들 단체에 최소 4차례 이상 계고장을 보냈기 때문에 이번 행정대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 자제를 요청했으나 통하지 않았다"며 "특히 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과 강력한 항의가 있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대집행 비용이 약 1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집회 주체들에게 청구할 방침"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범투본이 집회를 강행한다면,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종로구청의 행정대집행은 도로법 61조 등에 따라 불법 설치한 천막과 적치물을 철거한 것"라며 "집회시위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 보니, 집회는 계속해서 정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