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본격 검토 시작할 때"…정년연장? 고용연장!

일자리수석 "고용연장⊃정년연장"…노동장관 "고용연장=정년연장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고용연장'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때"라고 한 발언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고용연장이 '정년연장'으로 이해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이고,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 취업난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고용연장과 정년연장은 서로 다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고용연장은 정년연장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 황덕순 수석 "계약직 전환과 재취업도 고용연장 방안"

대통령이 말한 고용연장은 정년연장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황덕순 수석은 "(일하던 사업장에서 정년을 마친 뒤) 계약직으로 전환돼서 계속 고용될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기업이 정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다른 사업장으로 (정년퇴직자) 재취업을 촉진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황 수석은 덧붙였다.

특히 황 수석은 "정부 또는 국회가 법을 개정해서 모든 기업이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도 업무보고 바로 다음 날인 1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고용연장이 "정년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이재갑 장관 "'법적 정년 상향'은 검토 대상 아냐"

이재갑 장관은 '법적인 정년 나이를 더 올리는 것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현행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 제1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 장관 얘기는 정부가 정년 조항의 '60세 이상'을 '60 몇 세 이상'으로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고용연장'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때"라는 대통령 발언 이후 최근 불거지는 정년연장 논란은 지난해 9월 있었던 논란의 판박이다.

지난해 9월은 정부가 범부처 '인구정책TF'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발표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고용연장 논의를 처음 공식화한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조정식 민주장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 5개월 전 '계속고용제도 검토' 때도 똑같은 논란

당시 정부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계속고용제도는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정년퇴직자)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년연장(또는 정년폐지)은 기업이 고용연장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정부가 계속고용제도 도입 검토를 발표하자 '사실상 정년연장 의무화'라는 보도가 이어졌고 '장기적으로 만65세까지 의무고용연령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즉각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 대통령이 다시 '고용연장' 화두 꺼낸 까닭은?

그로부터 불과 다섯 달 만에 대통령이 다시 고용연장을 화두로 꺼낸 까닭은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에 이 문제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생산 가능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려면 여성과 어르신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의 '2020년 1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 중 40대 이하는 지난해 1월 대비 30만 명 넘게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무려 6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노인 고용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아냥에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고, 갖은 논란에도 고용연장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 고용연장이 청년 취업난 가중시킨다?

한편 '고용연장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13일 자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가 겹치는 영역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청년과 고령자 간 일자리 경쟁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또 "임금체계 개편 없는 고용연장이 이뤄지면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충돌이 심해질 수 있다"며 고용연장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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