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H조 1차전.
후반 8분 이동국을 대신해 조규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프로 2년 차로, 1월29일 영입이 공식 발표된 새내기 공격수의 전북 데뷔전이었다. 후반 35분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오자 김보경이 공을 가로챘고, 조규성이 빈 골문으로 슈팅을 때렸다. 전북 데뷔전에서 터뜨린 데뷔골이었다.
지난해 K리그2 히트 상품으로 K리그1 최강 전북 유니폼을 입었지만, 사실 조규성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안양공고를 거쳐 광주대에서 뛰면서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경험도 없었다. 특히 광주대 1학년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다 감독 교체 후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후 공격수로 전향했고, 3학년을 마친 뒤 K리그2 FC안양에 입단했다.
조규성은 공격수로 날개를 폈다.
프로 첫 해부터 K리그2를 흔들었다. 33경기에 출전해 14골을 넣으며 득점 랭킹 공동 3위에 올랐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최다 득점이었다. K리그2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김학범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1월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2경기 2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K리그1 최강 전북의 러브콜까지 받았다.
기다렸던 전북 데뷔전. 조규성은 침착하게 골문을 열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징계로 벤치를 지킨 김상식 코치는 "조규성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면서 "이동국을 대체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박수를 보냈다.
전북은 지난해 김신욱(상하이 선화) 이적 후 공격진이 다소 약해졌다. 베테랑 이동국은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었다. 여전히 기량을 발휘하는 이동국이지만, 후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조규성을 영입한 이유다.
무엇보다 조규성은 K리그1에서도 출전 기회가 많을 전망이다. 22세 출전 규정 덕분. K리그는 지난해부터 22세 이하 선수를 선발 명단과 교체 명단에 각 1명씩 포함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조규성은 U-23 대표팀 해산 후 "오세훈(상주 상무)과 사이좋게 15골씩 넣을 것 같다"고 말했다. 15골이면 지난해 득점 공동 3위에 해당한다. 프로 2년 차, 그리고 K리그1 1년 차의 포부치고는 당찼다. 일단 시작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