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로 기소하면서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청와대는 불필요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이 13명을 기소했는데 기소한 것은 기소한 것이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것은 아닌 것"이라며 "공소장에 어떤 내용이 나왔다고 해서 그게 사실인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공소장에 나온 내용도 검찰의 주장과 피고인의 주장이 충돌해 서로 다투고 있다"며 "법정에서 서로 주장을 펼치면 어느 것이 사실인지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대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이니, 청와대의 설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고위관계자는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파악해 이미 공개했다. 이는 당시에 보도가 다 됐다"며 "이에 대해 검찰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한 쪽의 주장이 나온다고 이를 사실로 전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세웠음에도 공소장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삼갔다.
앞서 전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파상공세도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적극적인 해명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일차적으로 종료되고 기소 단계로 넘어간 만큼, 일각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0월 쯤 청와대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당시 송철호 시장 후보 선거캠프에 관여)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제보를 전달받고, 이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통해 황운하 청장이 이끌던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까지 내려보낸 것 자체는 적법한 '사건이첩'이었다는 초기 해명을 유지하면서 당사자들이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에 대한 비판, 진보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의 하명 수사 비판 등으로 현 청와대에 대한 여론이 일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적극 대응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를 싣게 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관련 제보를 받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첩보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당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누군가 제보자의 제보 문건과 청와대가 경찰청으로 이첩한 문건을 비교해 본 뒤 어느 부분이 추가로 작성됐는지, 그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냐. 또 누가 이런 거짓 주장을 퍼뜨리고 있나"라며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고민정 대변인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당시 제보를 받은 문 행정관이 내용을 일부 편집해 요약 정리하긴 했지만,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범죄첩보서를 생산할 권한이 없음에도 문 행정관이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상부에 보고할 범죄첩보서를 작성했다', '불리한 사실을 삭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적·단정적으로 기정사실화 해 민정비서관실 첩보를 전달받은 수사기관(경찰청)으로 하여금 기속되도록 했다', '진정서 비위정보를 가공해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범죄첩보서를 직접 생산했다'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청와대의 초기 해명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이 관련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횟수와 내용을 놓고도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혼선을 빚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대해 9차례 중간보고를 받았다. (경찰 보고의) 대부분은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졌다”고 말했지만 검찰 수사 내용과 달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첩보를 경찰에 하달한 반부패비서관실은 물론,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던 윤건영 당시 실장이 이끌던 국정기획상황실, 그리고 민정비서관실 등에 총 21번 보고가 됐고, 18차례가 지방선거 전이었다고 적시했다.
특히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된 내용 중에는 특정인의 진술 내용, 압수수색 영장 집행 예정, 업무노트 압수 예정 등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기재됐다고 밝혔다.
결국 청와대가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더라도 사실관계 혼선으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총선 출마 등을 이유로 청와대를 나간 사건 당사자들이 외곽에서 적극 대응하는 게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장환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측 변호사는 11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은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된 ‘검찰측 의견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비슷한 지적과 질문이 나와도 청와대의 대응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