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정관용> 우리 언론 보도 문제점 살펴보는 미디어포커스 시간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어서 오세요.
◆ 김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은 어떤 이야기입니까?
◆ 김언경> 오늘 저는 방송사를 규탄하는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지난 4일에 SBS와 네트워크협약을 맺은 충북의 민영방송인 CJB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 PD가 부당한 해고라고 하면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이재학 PD 사건 알죠.
◆ 김언경> 이 사안에는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에 방송사 내 갑질 문제 그리고 열악한 방송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 등이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분의 소식을 들은 날 너무 큰 죄책감을 느껴서 한참 울었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이분의 억울한 사정을 미리 들은 바 있고 바로 며칠 전에 이분의 재판 결과 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판이 졌다. 참 큰일 났다, 우리가 뭔가 도와야 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만 하고 그냥 저는 이분은 청주에 계시니까 또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냥 흐지부지 시간을 보냈는데 며칠 후에 이분의 죽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 김언경>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작정하고 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를 대놓고 할 방송사나 프로그램을 찾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CBS 그리고 정관용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아까 재판 얘기까지 하던데 어떻게 된 사연이에요? 사연부터 좀 정리합시다.
◆ 김언경> 이재학 PD는 2004년 조연출로 청주방송에 입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4년간 조연출, 연출, 각종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실질적인 노동자로 근무를 했는데요. 그런데 그는 노동자, 정식 노동 계약을 한 것이 아니고 프리랜서였다고 합니다. 낮은 임금 등 열악한 처우 등을 견디면서 일해 왔고요. 2018년 4월에 이 PD가 회당 지급되는 인건비가 너무 적으니까 인상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후에 이 PD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했답니다. 계속 계약서를 쓴 적이 없고 프리랜서로 일을 했으니까 방송사에서는 너는 프리랜서니까 우리가 일을 안 주면 괜찮은 것이다라고 입장을 내놨겠죠. 14년간 청주방송의 지휘감독 하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고요. 자신이 맡은 조연출, 연출 등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비롯해서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는 사업 관련 업무까지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재학 PD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1년 6개월 동안에 청주방송과 함께 청주방송을 상대로 해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해 왔습니다.
◇ 정관용>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당한 직후부터. 그런데요.
◆ 김언경> 그렇죠. 그런데 지난 22일에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30일 항소를 하기로 결정을 했거든요. 닷새 만인 지난 2월 4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분 유서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고 써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이 이후에 낸 보도를 봤는데요. 그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할 증거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PD는 용기를 내준 동료의 증언에 기대를 많이 했다는데요. 실제로 동료 직원 3명이 이재학 PD는 정규직 PD와 다를 바 없이 일했고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다가 부당하게 실직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써줬대요. 그런데 이 진술서를 쓰고 난 이후에 법정에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아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정관용> 법정에서는 진술서만으로는 안 되죠.
◆ 김언경> 지난해 7월 이 PD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회사가 진술서를 낸 직원들에게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두려워한다, 이 진술서가 없으면 나는 너무나 불리하다, 그러나 이런 말조차도 밖으로 새어나가면 그들이 더 힘들어지니 부디 이 이야기는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라고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다고합니다.
◇ 정관용> 결국 그 전화통화 내용에 의하면 회사 압력 때문에 법원에는 못 나오는.
◆ 김언경> 네. 그렇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이쪽 소개해 주신 내용이 언론에 보도가 거의 안 됐어요?
◆ 김언경> 네, 거의 보도가 안 됐는데요. 일단 청주방송 CJB PD로 네이버 검색을 해 보면 관련 기사 중에서 가장 먼저 뜨는 것은 미디어오늘이 2019년 7월 16일에 쓴 손가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임금 인상 말했다 쫓겨난 청주방송 14년차 프리랜서라는 제목의 보도인데요.
◇ 정관용> 그게 시작이겠네요, 이게.
◆ 김언경> 그런데 이 PD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제법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PD저널 등 미디어 전문지가 관련 내용을 다뤘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만히 보면 작년 7월 미디어오늘이 처음 그의 억울한 사연을 보도했지만 그 이후에 아무런 보도가 없었고요. 그분이 돌아가신 이후에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연합뉴스가 또 보도를 했어요. 왜냐하면 PD연합회가 성명서를 발표했거든요. 그래서 PD연합회가 따옴표 하고 청주방송 이재학 PD 해고로 죽음 내몰아라는 이런 제목의 보도를 연합뉴스가 냈습니다. 그러자 다른 매체들, 그러니까 일간지와 경제지들도 이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서 인터넷판으로 관련 기사를 냈습니다. 한국일보나 뉴시스, 조선일보도 보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단 한 건의 보도도 없었습니다. 찾다 찾다 딱 하나 찾았는데요. MBC충북에서 인터넷판 단신으로 CJB 청주방송 프리랜서 PD 극단적 선택 진상조사라는 제목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희가 찾은 거였고요. 미디어오늘 보도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PD가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충청 지역의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이 PD 사망 이후 청주방송 비판 내용 등을 제대로 보도한 곳은 없었다. KBS청주는 해당 기간 동안 이 PD 사망 소식을 한 건도 리포트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임 방송사인 청주방송 역시 관련 소식을 단 한 건도 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CCS 충북방송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청주방송과 민영방송 네트워크사인 SBS에서도 관련 리포트를 찾지 못했다라는 겁니다. 저희가 아까 발견했던 MBC충북에서 5일 경찰발로 방송사와 PD 이름을 가린 채 사망 소식을 짧게 전했고요. 다음 날인 6일 노동자단체들이 방송사를 비판하자 역시 익명 처리해서 짧게 전했다고 합니다. CJB 청주방송이 철저히 조사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자 MBC충북은 이를 또 전하면서 청주방송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공개했었다고 합니다.
◇ 정관용> 방송사들이 자기들도 이런 프리랜서, 조연출, 연출 다들 쓰고 있는 현실 때문에 아예 보도를 안 하고 있다, 한마디로.
◆ 김언경> 그렇습니다. 방송계에 만연한 갑질, 비정규직 채용 그리고 성차별 문제 등을 방송사들이 너무 철저히 외면하고 함께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좀 적나라하게 말하면 저는 이건 한마디로 말하면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비단 청주방송 이재학 PD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방송사의 노동환경 문제가 참 여러 번 불거졌지만 이 소식이 방송사를 통해서 거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언론사 특히 그중에서도 방송사를 찾게 됩니다. 방송에서 이 문제를 전해 주기만 한다면.
◇ 정관용> 파급력이 있으니까.
◆ 김언경> 나는 해결될 거야, 이렇게 기대하죠. 그런데 정작 방송사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알리기가 가장 힘듭니다. 왜냐하면 방송사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고 말해 주지 않으니까요. 가장 인권을 많이 생각하고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힌다고 하는 방송사들이 자신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억울함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매우 기만적인 행태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그리고 제가 이런 이야기도 좀 많이 들었는데요. 그 어떤 언론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우리가 떳떳하지 않은데 어떻게 타사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냐. 그렇게 그래서 내가 이걸 양심에 찔려서 보도를 못 하겠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방송사가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건데 어떻게 말하냐라고 말씀도 하시거든요.
저도 미디어 비평을 하고 있지만 언론사가 무한 경쟁 시대에 지금 들어서서 정말 어렵다는 거 압니다. 광고도 잘 안 되고 다 어렵죠. 그런데 어렵다고 계속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착취하면서 버틸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규모를 축소하든 자구책을 찾든 해서 최소한의 노동자에 대한 인권은 보장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제 방송사들이 그동안 관행이라고 말해 왔던 부적절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보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방송사의 갑질 이런 건 제법 꾸준히 좀 소식이 들려왔던 거 아닌가요, 그래도?
◆ 김언경> 그런데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내용이 인터넷 언론이나 다른 매체에서 조금 보도가...
◇ 정관용> 종이신문.
◆ 김언경> 종이신문에서는 보도가 좀 됐는데 방송에서 외면한다는 거예요. 2018년 1월 8일에 한겨레21이 방송사의 상품권 페이 논란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 굉장히 화제가 됐는데요.
◇ 정관용> 돈 대신에 상품권 줬다.
◆ 김언경> 그렇죠. 그러니까 예능 제작 방송에서 임금 6개월 치 가운데 900만 원가량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받았다는 프리랜서 촬영감독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방송사는 당시에 그 사람에게 회계 처리를 위해서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상품권이 가면 안 되니까 복수의 개인정보를 알아오라고도 요구했다고도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상품권 주면서도 또 여러 이름으로 분산하려고.
◆ 김언경> 그렇죠. 그런데 당시에 그 해당 방송사가 이것에 대해서 문제없다. 다들 그러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이야기를 하고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서 시민사회가 굉장히 비판하고 있었고요. 이 상품권 페이의 문제도 한 방송사의 문제가 아닌 거의 방송계 전반의 관행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 사안 이후에 상품권 페이 논란이 계속 사회적인 문제로 번졌지만 여전히 그 해 내내 한 달 내내 방송사에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상품권 페이 방송사로 검색을 해 봤더니 이를 처음에 단독 보도한 한겨레와 미디어 전문지들 빼고는 방송사에서는 단 한 건도 지금까지 보도한 바 없습니다.
◇ 정관용> 왜 EBS 자연 다큐 찍던 PD 두 분. 사고로 남아공에서 사망한 적 있잖아요. 그거는 널리 보도되지 않았어요?
◆ 김언경> 이것도 방송사에서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는데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언경> 이게 2017년 7월이었습니다. EBS에서 방송 예정이었던 자연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 촬영차 박환성, 김광일 두 PD가 남아공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현지 코디네이터를 쓸 수 없을 만큼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직접 운전을 하고 촬영을 하다가 마주오던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했던 것인데요.
◇ 정관용> 지금 말씀 들으면 저는 앞에 상품권도 그렇고 이재학 PD도 그렇고 다 내용을 알 정도로 어디서 보도를 본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전부 종이신문이나 이런 거다?
◆ 김언경> 그렇죠. 인터넷언론. 그렇게 당시에도 이 박환성 PD도 굉장히 화제가 되었었죠. 특히 박환성 PD는 출국 전에 자신의 갑이었던 EBS 제작진의 제작비 환수 관행을 폭로하고 떠났습니다. 이 내용은 EBS에 2억 4000만 원의 제작비를 요청했으나 EBS가 1억 4000만 원만 지원했다고 하고요. 당시 그는 한국전파지능협회 창작지원금 공모에 나서서 1억 2000만 원의 지원금을 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EBS가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기준에 따라서 지원금의 40%인 4800만 원을 간접비로 요구했다라는 게 박환성 PD의 주장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창작지원금을 받았는데 그중의 일부를 방송사에 내놔라?
◆ 김언경> 다시 내놔라. EBS는 박 PD가 제작 지원을 할 때 EBS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간접비 40%를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도 없다라고 당시 해명을 했습니다. 박환성, 김광일 PD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인해서 독립PD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지 잠시 주목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들이 안전 대신 비용 절감을 택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의 불공정계약이 있었고요. EBS, MBC, CJ ENM 등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와 상생하는 방안을 앞다투어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이 많이 보도된 것같이 사람들이 착각을 하거든요. 보도 보면 당시에 박환성 PD가 떠나기 전에 고백했던 내용을 보도한 바 있고요. 미디어 전문지들과 이데일리, 주간경향, 한겨레가 박환성 PD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가 말한 이야기들을 보도를 했습니다.
◇ 정관용> 역시 방송은 없다?
◆ 김언경> 네. 박환성 PD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PD저널, 미디어스, 미디어 전문 매체들을 선두로 해서 박환성, 김광일 PD의 부고를 많은 언론들이 전했고요. 특히 연합뉴스가 EBS와 한국독립PD협회를 취재해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연합뉴스에서 기사가 나와서인지 모르겠는데 SBS의 인터넷판에서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거는 인터넷판 뉴스였고요. 방송 전파를 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EBS는 당사자니까 보도가 있었는데요. 문제는 제목이 이렇습니다. EBS 사망 외주제작 PD. 한국행 최선 다할 것. EBS 외주제작 PD 시신 수습 위해 남아공행. 제목을 보면...
◇ 정관용> EBS가 열심히 하는 것만...
◆ 김언경> 그렇죠. EBS 입장만 소개하는 느낌이고 외주제작사에 대한 방송국들의 갑질 문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일로 2017년 8월 1일 이낙연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이효성 신임 방통위원장 임명을 거론하면서 독립PD들의 참담한 죽음을 계기로 방송계 내부의 불공정 거래가 다시 고발되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들이 또 제법 보도가 됐는데 이때도 방송사가 보도를 안 했습니다. 그리고 또 8월 10일에 문체부, 방통위, 방송사 외주제작사 간 외주제작 공동실태조사 추진이라는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이건 KBS, JTBC가 인터넷판에서 기사를 냈고요. YTN이 방송위원장의 멘트를 전파로 내보냈습니다. 이 정도되면 굉장히 많이 보도된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것도 앞으로 좀 조사를 잘 해 보겠다, 이런 내용이잖아요.
◆ 김언경> 그렇죠.
◇ 정관용> 뭔가 충격적인. 아픈 현실을 보도한 그런 건 아니고요.
◆ 김언경> 그렇지만 저는 이건 정말 굉장히 많이 보도된 거였다, 찾아보니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요.
◆ 김언경> 그리고 이제 이한빛 PD 관련된 이야기도 사실은 보도가 안 됐습니다. tvN 이한빛 PD 이야기는 아시나요?
◇ 정관용> 이건 유명하잖아요.
◆ 김언경> 그렇죠.
◇ 정관용> 그다음에 한빛 무슨 미디어 노동자 인권센터 만들어지고 다 그랬잖아요.
◆ 김언경> 네. 그래도 또 우리 청취자들은 좀 잊었을 수도 있으니까 좀 더 설명을 드리면요. tvN의 조연출이셨던 이한빛 PD가 돌아가신 일이었는데요. 2016년 10월 26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분은 tvN의 드라마 신입 PD가 조연출이었습니다. 첫 방송 직전 계약직 2명과 방송장비팀이 해고가 됐는데요. 그는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업무를 맡았고 이것 때문에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해고된 직원들이 이미 지급 그러니까 자기가 받은 월급 있잖아요. 그 월급이나 계약금을 환수하는 작업을 이 이한빛 PD가 맡았대요. 그러니까 얼마나 양심에...
◇ 정관용> 사람을 해고하고 돈도 돌려받아야 되고.
◆ 김언경> 네. 계약금도 돌려받아야 되는 상황. 그러니까 굉장히 양심에 괴로움을 느끼면서 이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건데요. 이한빛 PD가 촬영하는 55일 동안 쉬었던 날은 이틀이었다고 합니다. 편집, 영수증 처리, 소품팀 역할인 딜리버리 역할도 해야 했다고 합니다. 2017년 4월부터 고인의 어머니와 대책위 관계자 등이 집회를 시작했고 2017년 6월에 CJ E&M이 유가족 등에게 정식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0월 사망 1주기 무렵에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1주기 추모제 겸 추모 문화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세워서 방송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그리고 한빛센터는 이재학 PD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억압적인 방송 노동환경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다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 그런데 그 이한빛 PD 사건도 보도가 안 됐다고요?
◆ 김언경> 많이 되지 않았는데요. 그나마 보도한 곳이 연합뉴스TV와 YTN에서 좀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보도 전문 채널이잖아요. 드라마로부터 자유로워요.
◇ 정관용> 그렇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상파와 종편에서는 이한빛 PD 사건 자체로는 다루지 않고요. 촛불시위 중에서 일부 또는 과로 자살이나 청년 노동자의 죽음 등을 다루는 보도에서 이한빛이라는 이름을 살짝살짝 집어넣는 수준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유족의 항의 보도를 연합뉴스TV에서는 했고요. 여러 가지로 봤을 때는 그나마 연합뉴스TV와 YTN이 보도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오늘 이재학 PD 사건, 거슬러 가서 이한빛 PD 때에서부터 보면 방송사들이 방송사 내부의 문제는 전혀 보도를 안 한다.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 김언경>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방송사가 어렵다는 거 알고요. 그리고 또 공영방송 같은 경우에는 특히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영방송은 특히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또 수신료 등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방송사가 이런 죽음을 보도부터 시작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 고 이재학 PD 유족 대표 이대로 씨는 국회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건 진상조사와 고 이재학 씨의 명예회복, 가해자 처벌과 나아가서 언론계의 비상식적인 노동형태 개선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싸움에 돌입하겠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분 말씀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는데요. "언론은 다른 분야보다도 정의와 윤리가 갖춰져야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정의를 부르짖지만 실제 방송사 안에서는 비상식과 부정부패가 너무 많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방송사들에게 부디 말하는데요. 마음에 찔리더라도 이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이 사안을 알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고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과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요.
◇ 정관용> 시작이라도 하려면 보도부터 해라.
◆ 김언경>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방송 업계의 노동인권 보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2017년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를 했는데요. 이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게다가 정규 채용할 인력을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악습이 여전히 작은 규모의 민영방송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요. 보다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중요한 문제제기였습니다. 미디어포커스 민언련의 김언경 사무처장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