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12일 '공소장 국회 제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과 제안'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법무부는 사전 논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법률과 법무부 훈령 사이의 충돌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장 제출 요구에 대해 공소요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논란이 일자 사후 제도개선 차원의 결단임을 밝혔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우선 민변은 국회에의 공소장 제출은 헌법에 명시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국정통제와 맞물리기 때문에 헌법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민변은 '무조건적 공소장 공개'의 해악에 대해서는 경고의 입장을 냈다.
민변은 "특히 검사의 공소장은 형사절차에서 일방의 의견이 담긴 문서로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법률적 평가 및 사실관계에 대한 피고인의 반박 등을 통해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의 범위를 넘어서 증거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증거에 따른 기소내용이 제한없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은 크게 침해될 수 있으며 과거 많은 시국 공안 사건에서 이같은 인권침해의 전례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 전 검찰이 피의자의 혐의내용을 적시한 공소장을 무조건 공개하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법무부와 문제의식을 같이한 셈이다.
민변은 "재벌권력의 비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일정한 공적 사안에 대해서는 국정통제와 공론화 차원에서 기소된 내용이 국회에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정리돼야 하는 공소장 공개여부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데엔 법무부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민변은 "개혁이란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그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사회적 설득을 통한 동의를 얻어 나가야 한다"며 "법무부는 공소장 제출을 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해당사건이 가지는 무거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사건은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가 피고인이 된 사안으로 사안의 성격 역시 사적 생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이 공적 영역인 선거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라며 "피고인이 속한 정부의 한 기관인 법무부가 이 사안부터 공소장 제출 방식의 잘못을 문제제기하고 '보편적인 형사피고인의 인권'을 내세운 것은 사안을 정치화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피고인의 방어권 문제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소비되기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발로 동아일보가 해당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가 해당사건 자체의 엄중함과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공소장 제출 방식의 제도적 문제와 기소된 사건 자체는 분리돼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기소된 시점에서 기소 내용만 갖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마땅히 자제돼야 할 것이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진상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드러나면 책임 있는 사람에게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