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학PD 유족 "불법노동착취 실태 철저 조사해야"

청주방송 이재학 PD 유족 측, 국회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
정의당 추혜선 의원 "특별근로감독부터 실태조사까지 모든 일 해야"

(사진=정의당 추혜선 의원 페이스북 캡처)
청주방송(CJB)과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재학(38) PD의 유족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PD의 유족 대표인 동생 이대로 씨는 12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방송·언론계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폭로했다.

이 씨는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된 형은 약 14년 간 프리랜서 PD라는 그럴싸한 이름하에, 주어진 노동에 비해 받은 대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비상식적이었다"면서 "회사의 중요한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의 연출 및 주요 행정업무를 회사의 근로 감독·지휘 하에 수행하는 중요 근로자·노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주방송은 그들이 PD라고 불러왔던 형의 14년을 이제 와서 지우고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주방송에 대해 당장 형의 명예회복과 진정성 있는 사과, 관련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희 형의 죽음으로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방송·언론계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일명 프리랜서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비정상적인 불법노동착취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밝힐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 PD는 2004년부터 14년간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했다.

고인은 각종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아이템 선정, 섭외, 촬영, 편집 등 정규직 PD와 똑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 프로그램을 맡아 책임 PD로 월 16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했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인상과 인원 보강을 회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모든 프로그램 하차와 해고 통보였다.

그는 2018년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청주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2일 패소했으며, 지난 4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노동조건, 기형적인 방송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특별근로감독부터 비정규직 사용 실태조사까지 주어진 권한을 모두 사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면서 "방송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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