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품 안 쓸 수도 없고"…멈춰버린 한국車

세계의 공장 中 멈추자 부품부족, 생산차질
글로벌 기업 물론 한국 업체도 휘청
쌍용, 현대기아차 이어 르노삼성,한국GM 휴무
전세계 車업체도 상당수 부품 외주화
북미는 멕시코, 유럽은 헝가리, 아시아는 중국
인건비, 물류비에서 매력적인 중국산 부품
전문가 "수급처 다변화 고민의 기회 가졌을 것"

멈춰선 현대차 전주공장 내 트럭 공장(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촉발한 자동차 부품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가장 먼저 휴업에 들어간 쌍용자동차가 13일, 생산을 전면 재개했지만 현대기아자동차 상당수 공장과 르노삼성은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GM도 부품 부족을 이유로 이틀간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글로벌 대부분의 업체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인접한 한국 기업에겐 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중국산 부품은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통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생산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산 부품을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업계가 다시 한번 수급처의 다변화를 고민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車 흔드는 코로나…르노삼성, 한국GM도 휴업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한국 경제도 흔들고 있다. 중국 내 생산 공장들이 멈춰 서면서 한국 기업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장 생산 차질이 발생한 곳은 '자동차 산업이다. 차량 내 전력 공급을 위한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 라인이 멈췄다.

이달 4일 가장 먼저 휴업을 결정한 쌍용자동차가 이날부터 조업을 재개했지만 아직도 현대기아자동차의 상당수 공장과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휴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공장 가동을 유지하던 한국GM도 끝내 부품 부족을 이유로 이틀간 일부 공장의 문을 닫기로 했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사진=연합뉴스)
한국GM은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부평1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한다. 부평1공장은 최근 한국GM이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UV '트레일 블레이저'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정상 가동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부품 부족이 우려된 상황"이라며 "중국산 부품의 물류 기간을 고려해 이틀간 부평 1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이며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맏형 격인 현대기아차는 최근 공장 휴무를 연장했다. 부품 수급량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현대기아차는 우선 인기차종을 생산하는 공장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투싼, 싼타페 GV80 등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과 쏘렌토, 모하비, K시리즈를 만드는 화성공장이 지난 11일 문을 다시 열었고 전날에는 울산4공장 1라인(팰리세이드), 아산공장(그랜저, 쏘나타), 광주1공장(셀토스)이 조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공장이 부품 부족을 이유로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PD)
◇ 안 쓸 수도 없는 中부품…전문가 "다변화 고민의 기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표적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내 전력 공급 부품으로 단순 조립 부품이다. 손으로 하나 하나 연결해야하는 배선 뭉치로 인건비가 싼 중국 현지에서 대부분 생산됐다.

여기에다 무겁고 부피도 커 대부분의 회사가 재고를 쌓아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상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발생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상당수 부품을 외주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 형태의 부품은 인건비와 물류비를 고려해 주변 국가에서 조달한다.

북미 업체들은 주로 멕시코, 남미 지역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유럽 업체는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조달한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업체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기업이 부품을 공급받는 국가이다. 최근엔 기술력도 높아져 많은 기업이 공급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과 인접한 한국 기업에겐 인건비와 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중국산 부품은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도 부품 수급처 다변화의 고민은 하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과거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에도 항공길이 막히면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당시에도 '부품 공급을 다양한 곳에서, 다른 대륙 등에서도 받자'는 다변화 이야기도 나왔지만 물류비와 관리비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도 업체들이 '한 곳에서 모든 것을 공급받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례"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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