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는 맛이 있는 이야기…연극 '섬마을 우리들'

'극단 웃어'가 창단 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연극 '섬마을 우리들'은 상처와 결핍이 있는 이들이 외딴 섬마을 삼막동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 가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고향', '가족', '이웃' 등이 작품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연출은 2016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극단 웃어'의 김진욱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11일 열린 프레스 간담회에서 "정식으로 극작법을 배우지 않았다 보니 경험을 기반으로 작품을 쓰는 편"이라며 "'섬마을 우리들'은 집안 사정상 방학 때마다 홀로 친척들이 있는 시골에 보내졌던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삶이 꿈이라고 말하는 순희와 그의 어린 딸 관순, 가수를 꿈꾸는 소녀 차정과 인선, 도시에서 살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섬마을로 내려온 미모,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큰 엄마를 찾으러 온 대중과 정일 등 '삼막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일상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긴 하지만 봉합이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갈등 불씨도 없고, 마을을 혼란에 몰아넣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극의 흐름이 다소 심심한 측면이 있기도 한데, '극단 웃어' 측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재료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작품을 특징을 소개한다. '무공해 연극'이라는 수식어와 "뭐 있간디, 걍 여서 웃고 살면 되는 거여…"라는 부제를 붙이기도 했다.

공순희 역을 연기하는 정애화는 "20일간 섬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는데 청정 지역인 섬에서 벗어난 순간 '숨 막혀서 못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섬마을 우리들'은 비록 특별히 즐길 만한 게 없더라도 사랑과 배려와 정으로 똘똘 뭉치면 섬 안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심심한 맛을 상쇄시켜주는 건 개성 강한 외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하나둘 펼쳐내는 소박한 이야기들은 비록 특별할 것 없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김진욱 대표는 어린 시절 기억에 상상력을 보태 각 캐릭터를 완성했고, 초연 때 9명이었던 등장인물을 11명으로 늘려 극에 풍성함을 더했다고 밝혔다.

한미모 역의 하지영은 "아픔을 가지고 섬에 다시 오게 되는 캐릭터를 맡게 돼 여러 지점에서 생각이 많았다"며 "각 캐릭터가 지닌 상처와 애환이 다른데 연기를 해나가면서 같은 상처가 아닐지라도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개인적인 기억들도 떠오르면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들이 외형 등이 너무 돋아난 게 아닌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섬마을 사람들의 연대감을 밝게 다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8일 막을 연 '섬마을 우리들'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출연자 라인업에는 정애화, 조유진, 권경하, 정선희, 안혜경, 하지영, 류예리, 박지선, 오혜금, 최은하, 정희진, 김시우, 김지율, 김동민, 김경환, 김승은, 김용문, 이승주, 이희택, 박종석, 김동면, 이시준, 박예찬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러닝타임은 총 90분이다.

'극단 웃어' 측은 "각자의 상처와 삶의 무게가 있지만 그럼에도 웃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섬마을 우리들'이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극단 웃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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