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격리할까 말까' 고민하는 역학조사관

"증상 경미한 사람도 격리해야 하나 고민"
"모든 의심 증세 격리하자니 여력 부족, 사생활 침해"
확진자와 2미터 내 대면접촉 기준 있지만,
마스크·밀폐 여부 등 애매한 상황 많고 살필 시간도 부족
카드사용 내역·CCTV 등 업무도 많아 "인력 충원 필요"

방역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이 타고 온 3차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감염병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미 국내에서도 5번째 대응지침이 개정될 정도로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가 확인되고 전파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애매한 확진자의 접촉자들을 만나는 역학조사관들은 이들을 '격리할 지, 말지' 여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2팀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기존 질병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역학조사가 다른 점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증상이 굉장히 경미하거나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의심환자로 보고 강제적인 개입조치에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면서도 "사전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선조치가 중요한 측면도 있어 양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사례정의에 일치하지 않더라도 우선적으로 의심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모든 환자들을 격리하기에는 여력도 부족하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역학조사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비말전파라는 점에 착안해 '확진자와 2미터 거리 내에서의 대면접촉'시 접촉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잠깐 마주치고 지나간 경우나 유동인구의 숫자,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 등 고려할 상황이 많기 때문에 애매한 사례들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처리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박 팀장은 "1급 감염병이다보니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그래서 당일 또는 그 당일 이전에 정확한 사안들이 조사 이뤄져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확진자 별 동선을 확인하고 분석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해 결국 즉각적인 판단을 통해 조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현재 역학조사팀은 확진자 개인의 진술을 기반으로 증상 발생 시점 및 개괄적인 동선을 파악하고, 확진자의 실제 카드사용 내역, 휴대폰 위치추적,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박 팀장은 "카드내역까지 조회하는 건 제가 알기론 (다른 나라에는) 아직 없다"며 "접촉자를 추적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저희가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이 살피는 영역이 많다보니 현장의 괴로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역학조사관들은 "역학조사 인력이 조금 더 많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국내 역학조사관은 중앙에 77명, 시도에 53명으로 총 130명이 활동하고 있다.

박 팀장은 "한 명의 숙련된 조사관이 양성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과감한 투자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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