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 임금체불 노동자 박모(50)씨를 비롯해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관계자 20여 명이 모였다.
지난 4일 임금체불로 생활고를 호소하던 조모(45)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지 일주일되는 날이다.
박씨는 "임금 미지급이 한 가족의 파탄을 일으켰다"며 "조씨뿐 아니고 그 가족의 죽음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조씨가 노동부를 다녀온 뒤에 고민 끝에 저한테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며 "그래서 며칠만 기다려보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했다.
박씨는 "조씨의 빈소를 지키는 동안 사업주 등 책임자는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며 "밀린 돈보다 더 비인간적인 사측의 태도를 주변에 알리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그는 줄곧 "우리 일에 관심 좀 가져 달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민주노총 전북본부 김동규 사무처장은 "더 이상 구시대적인 이런 일들로 인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지 않도록 정부에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씨 등 동료 노동자 29명은 해당 사업장으로부터 받지 못한 3개월분 임금 1억 3800만 원을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진정했다.
또한 4차 하청까지 이어진 불법 사내 하도급을 비롯해 중간 착취 정황 등에 대해서도 고소·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청인 대기업의 하청업체, 또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조씨는 지난 11월 15일부터 설날 직전인 1월 말까지 3달간 전북 김제의 한 공업단지에서 일했지만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지난 4일 노모에게 "임금을 못 받았다. 자식을 부탁한다"며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