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는 4·15 총선에 자유한국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입국한 지 4년 만의 정계 진출 선언이다.
그는 탈북자 가운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층으로 평가된다. 1993년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대부분 유럽에 있었다. 외교관 가족들의 사상교육까지 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 역시 북한 내 최고 특권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이다.
태 전 공사는 1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가 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 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면서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 정책이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이나 무조건적인 대립 구도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통일정책,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그것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계 진출 계기에 관해서는 "북한에서 여기로 내려온 청년들이 범죄자냐 아니냐에 앞서, 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정말 큰 좌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강원도 삼척으로 내려온 북한 어부 2명을 북측으로 추방하면서 생겼던 '강제 북송'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태 전 공사는 탈북 직후부터 북한의 암살 위협을 받아 왔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됐을 때도 한국 정부 경호 강화 대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자연히 지역구 유세 때 안전 문제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는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 공천관리위원회 차원에서 그를 직접 영입했다고 한다. 공관위는 그를 서울 지역에 배치할 방침이다.
이날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 김세연 위원은 회견장에서 태 전 공사의 손을 맞잡았다. 황 대표의 제안으로 깍지를 끼기도 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 한국당과 뜻을 같이 하면서 그 뜻을 펼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를 바라보면서는 "아마 수도권에서 공천이 될 것 같으시죠? 그럼 저랑 서울에서 같이"라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