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성은 영화 평론가 (미국 LA 현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말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일이냐면요.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도 10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작품상 수상뿐 아니라 각본상, 국제 영화상, 감독상까지 수상을 했으니까 전 세계가 지금 놀랄 수밖에 없는 거죠.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밤새도록 술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했는데 원래는 술 많이 안 마시는 사람인데 이게 그냥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로 밤새 파티를 했는지 어땠는지 현지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미국 LA에 가있는 영화 평론가세요. 윤성은 씨 연결해 보죠. 윤성은 평론가님, 나와 계세요?
◆ 윤성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윤 평론가님의 음성도 한 톤 떠 있는 것 같습니다.
◆ 윤성은> 네, 그렇습니다. 어제 저도 밤새 사실은 인터뷰도 많이 했고요. 그리고 너무 기쁜 흥분감에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진짜로 우리 기생충 팀 밤새도록 파티 했어요?
◆ 윤성은> 밤새 아마 좀 늦게까지 즐기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제 그 수상 직후에 열린 기자 회견장에는 계셨잖아요.
◆ 윤성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 윤성은> 일단은 LA에 있는 한인 매체들 그리고 또 한국에서 온 수십 명의 기자들이 함께했고요. 정말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정말 수상 축하를 아주 뜨겁게 전했고 그리고 참석해 주신 제작진들 같은 경우에는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서 약간은 좀 얼떨떨한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어요. 아직은 좀 긴장이 다 풀리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얼떨떨한. 이선균 씨는 기생충이 선을 넘은 게 아니라 아카데미가 선을 넘은 것 같다. 이렇게 발언했던 것도 기억이 나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발언이 제일 기억에 남으십니까?
◆ 윤성은> 봉준호 감독님 같은 경우에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훌륭한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고 골든 글로브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자꾸만 회자가 되고 있는데 사실은 그 말을 한 것이 조금 늦은 것 같다, 자기가. 이미 그런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고 있고,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있었다. 그런 말씀을 하신 게 기억에 남네요.
◆ 윤성은> 기생충이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작품상과 감독상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카데미가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였는데 이번에 아카데미 선택이 정말 자기네들의 어떤 보수성이라든가 폐쇄성을 좀 뛰어넘고자 하는 그런 노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다들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기생충이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 된 거죠.
◇ 김현정> 보수성, 폐쇄성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은 어제 저희가 윤성은 평론가 연결했을 때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그리고 각본상 받는 경우에는 작품상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 말씀하셨잖아요.
◆ 윤성은> 맞습니다.
◇ 김현정> 그 예견이 적중했어요.
◆ 윤성은>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다만, 다만 윤 평론가님이 작품상, 감독상 두 가지를 다 가져갈지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그러셨잖아요.
◆ 윤성은> 맞아요. 저는 그거까지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사실은 1917과의 대결에서 한 작품이 작품상을 받고 한 작품이 감독상을 받고.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놀랍게도 정말 중요한 부문인 각본상까지 해서 석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아카데미가 스스로도 이렇게 깜짝 놀랄 만큼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윤성은> 지금까지 아카데미의 선택이 앞서 설명해 주셨던 것처럼 정말 92년을 오면서 한 번도 외국어 영화에 작품상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좀 부끄러워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최근 몇 년간 더 불거졌고 그래서 배우들이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일을 겪다 보니까 정말 뭔가 한 번의 중요한 시점, 변화를 보여줄 만한 계기가 필요했는데 이번에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너무 멋진 작품이 나와서 이 작품을 통해서 확실하게 좀 변화의 바람 그리고 세대교체. 이런 것들을, 이런 바람을 담아서 좀 투표를 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난해 멕시코 영화 로마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가 떨어졌을 때 역시 아카데미는 안 돼. 역시 다양성 부족해. 역시 폐쇄적이야. 이런 비난들 많았잖아요.
◆ 윤성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영향을 좀 준 거죠?
◆ 윤성은> 그랬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특히나 또 이제 그린북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현지에서는 반응이 굉장히 갈렸었거든요. 그것이 이제 겉으로는 백인과 흑인의 어떤 다양성 문화의 존중. 이런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백인이 바라보는 그런 융합이랄까요, 화합이랄까요. 그런 식으로 다뤄진 작품이라는 비난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로마가 또 넷플릭스 영화였어요, 사실 또.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편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최악의 작품상이었다라는 평가들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그런데 올해는 정말 받을 만한 작품이 받았기 때문에 그 현지 시상식장 안에서도 모든 할리우드 배우와 또 감독들이 TV 중계를 통해서 보셨겠습니다마는 정말 뜨겁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카데미. 다양성 부족을 깨야 하는 그 시점에 서있던 아카데미가 기생충을 만난 거네요. 기생충을 기다린 거네요.
◆ 윤성은> 기생충한테 고마워해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만약에 기생충 같은 훌륭한 작품이 없었다면 또 그런 작품에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요. 누구나 다 인정할 만한 작품을 만나서 거기에 정당하게 외국어든 아시아 계열이든 어떤 작품이든 간에 편견 없이 투표를 해 준 것이 이번의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정말 땡큐 기생충이네요,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 윤성은> 네, 그렇습니다.
◆ 윤성은> 그런 부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데 이제 기생충은 그 영화의 특성상 지금 한 8명 정도의 배우가 완전히 같이 어우러져서 앙상블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한두 명의 배우가 두드러지고 주연과 조연이 완전히 구분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많은 배우가 함께 어우러져서 연기하는 것이 중요한 그런 작품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이제 주연상, 조연상 후보를 고르는 것은 조금 어려웠을 것 같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지금까지의 어떤 주연상, 조연상 후보들을 봤을 때 보면 굉장히 두드러지는 캐릭터들, 그 영화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후보에 오릅니다. 예를 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든가 어떤 소외된 사람이라든가 또 장애를 갖고 있다든가. 이런 역할을 해 주는 배우들이 이때까지 제대로 상도 많이 받고 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현실적인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에서 어떤 후보자들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연기가 극 전체를 좀 주도해가면서 아주 두드러진 캐릭터여야 한다. 이런 말씀으로 좀 들리네요.
◆ 윤성은> 그렇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캐릭터 자체가. 어제 기자 회견장에서 봉 감독이 차기작 언급도 살짝 했다면서요?
◆ 윤성은> 지금 두 작품 정도를 고려하고 계신 걸로 말씀하셨는데요. 한 작품은 2016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고요. 한 편은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한 호러 액션 영화라고 합니다.
◇ 김현정> 하나는 영어, 하나는 한국어로 제작이 될 거다. 차기작 얘기를 하니까 저희가 2017년 6월에 영화 옥자가 나왔을 때 봉준호 감독하고 인터뷰를 했어요, 뉴스쇼에서.
◆ 윤성은> 그러셨군요.
◇ 김현정> 그때 가장 아끼는 영화가 뭡니까라고 했더니 기생충이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 얘기를 하면서 기생충을 언급했던 그 기억이 있거든요. 그거 한번 잠깐 여러분 듣고 오실까요. 2017년 6월입니다.
☆ 김현정> 다 물론 감독님이 아끼고 사랑하는 영화겠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아끼는 자식은 어떤 자식입니까?
★ 봉준호> 기생충이요.
☆ 김현정> 기생충?
★ 봉준호> 다음 영화.
☆ 김현정> 아, 다음 영화. 다음 영화는 기생충이에요?
★ 봉준호> SF영화는 아니고 가족 이야기예요.
☆ 김현정> 가족 이야기? 잠깐 소개 좀 해주십시오. 어떤 영화입니까, 기생충?
★ 봉준호> 아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생충이 화면에 나오지도 않지만. 또 누군가가 기생충으로 상징되지도 않고요. 왜 제목이 기생충인지 모르겠네요.
☆ 김현정> 왜 기생충인 거예요, 그러면?
★ 봉준호> 가제입니다, 가제. 갈 길이 머네요.
◇ 김현정> 여러분, 이게 옥자가 극장에서 개봉하던 그날 2017년 6월 27일에 저하고 한 인터뷰입니다. 그때 지금 시나리오 쓰고 있는 영화인데요. 가제예요, 기생충이. 그런데 그 영화가 가장 아끼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네요.
◆ 윤성은> 원래 봉준호 감독님은 가장 아끼는 영화가 뭐냐고 하면 앞으로 나올 영화가 최고작이 되기를 바라고 가장 아끼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기생충은 세계 영화사를 새로 쓴 그런 작품이 됐습니다.
◆ 윤성은> 그렇습니다. 이거는 또다시 이런 감독, 이런 작품을 만나려면 또 다른 64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64년 전에 한 편밖에 없었거든요. 아마 또 다른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 김현정> 봉준호 감독의 다음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정말 기쁩니다.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 너무 기뻐요. 윤성은 평론가님 마무리 잘하시고요. 오늘 좋은 소식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윤성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LA 현지에서 윤성은 영화 평론가였습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