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절차의 정점이 될 두 지도자 간 회동을 앞두고 물밑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인적 쇄신, 탄핵 청산, 개혁 보수로의 요구 등 여러 안건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지만 해결방안은 모두 공천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한국당 "통준위로" VS 새보수 "개혁보수"
황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이) 제안한 신설 합당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 정당 간 협의를 마무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당 제안을 받은 당사자로서 맞장구를 친 셈이다.
다만 유 의원과의 회동 계획이 잡혔는지 회의 직후 기자들이 묻자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구체적인 시기나 일정은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에게 지난 6일 밤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국당은 통합 논의의 무게중심을 새보수당과의 양당 간 협상으로 옮기는 걸 꺼리고 있다. 현재 이 논의는 좁게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넓게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서 발족한 통합신당 준비위원회(통준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통준위에 함께 참여한 이언주 의원의 전진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가 적은 새보수당 측에 공천이나 당권 등 지분을 특별히 더 허용하지 않겠다는 눈치도 읽힌다.
유의동 책임대표는 당대표단 회의에서 "통합을 하긴 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는 물리적인 통합에만 머무른다면 문재인 정권 심판은커녕 보수세력 안일함이 국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력을 교체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준엄한 국민 명령에 대해 한국당 역시 신속하고 명쾌하게 대안을 내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젊은 공천 없으면 개혁 보수 불가능"
이처럼 양당 모두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새누리당에서 갈라졌던 핵심 사유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고 이념 성향에도 간극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도로 새누리당 아니냐'는 비판에 당장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방법으로 한국당 지도부는 혁통위를, 그리고 새보수당 측에서는 '개혁 보수'를 내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겨냥한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정강정책에 개혁적 의제를 담는다 한들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로 그런 정책을 만들 수 있겠냐"며 "젊은 사람들로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개혁보수라는 건 가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선은 결국 공천에 쏠린다. 세대교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기득권을 가진 중진에 대한 인적쇄신이 꼽힌다. 심지어 그런 흐름을 부추기기 위해 지도부부터 희생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새보수당 하태경 의원의 경우 "새집이라 해놓고 똑같은 사람들로 지도부가 채워지는 건 무늬만 통합"이라며 "'보수가 정말 바뀌었구나' 하고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지도부에 대한 쇄신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의 범위도 개혁보수의 변수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는' 우리공화당 등 극우파가 포함될 경우 새보수당은 절대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두 당의 '합당 선언' 목표 시한은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한 주 동안 별도의 수임기구와 통준위 등에서 신당의 당명, 정강정책, 인적‧물적 통합 등 실무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