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로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생충'은 아카데미 상 중 메이저 부문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모조리 휩쓸었고, 여기에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 수상을 하는 기염을 토하며 92회 아카데미 최다부문 시상작이 됐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분야인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은 물론 외국어 영화에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든 국제장편영화상까지 가져왔다"라며 "이는 기생충이 올해 최고의 '넘사벽(넘지 못할 사차원의 벽)' 영화라고 인정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아카데미는 자국의 문화를 우선시하고 선입견을 마치 평가의 기준인 것처럼 넣어가면서 백인과 남성 중심의 수상을 이어가는 보수적인 태도를 이어나갔다"라면서 "하지만 더 이상 이런 태도를 가지고는 세계의 흐름을 좇아갈 수 없고 변화하는 새로운 세대들의 인식을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항복선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생충이 마땅히 받아야 할 상을 받았지만, 마땅한 것들이 어려워 보이던 구조 안에서 받았기 때문에 가치가 더 크다"라며 "할리우드가 자국 중심의 문화독재 같은 것에서 벗어나 타국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문화적 콘텐츠를 대해야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실하게 선언하면서 실천하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김 평론가는 또 앞으로 BTS(방탄소년단)와 기생충을 필두로 세계를 선도하는 한류 콘텐츠가 더욱 주목받고 세계 중심에 한국이 문화 콘텐츠로 우뚝 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아카데미 수상의 쾌거는 사실상 메인스트림(주류)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면서 "서구와 미국이 주도해왔던 문화적인 압제들이 이제는 더 이상 힘이 없고 바뀌어야만 하고 새로운 흐름들에 상상력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국을 비롯한 제3지대 국가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노력은 더욱 커져 나갈 것"이라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분석 능력과 대안을 찾는 노력들도 함께 진행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런 측면에서 한국 영화는 굉장한 주목을 받게 됐고, 할리우드 자본에 사랑을 받는 콘텐츠 제작 공간이 될 것 같다"라면서 "세계 중심에 한국이 문화 콘텐츠로 우뚝 서고 인정을 받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BTS로 상징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포와 불안을 함께 아파하고 치유해나가는 문화적 노력과, 기생충과 봉준호로 대변되는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꿰뚫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노력이 앞으로 함께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