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문신을 한 신부님'(얀 코마사), '허니랜드'(타마라 코테프스카 외 1명), '레 미제라블'(라드지 리),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제치고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했다. '국제 장편 영화상'은 외국어 영화상의 새 이름이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상의 카테고리 이름이 바뀌었다. 외국어 영화상에서 국제 영화상으로 바뀌었는데, 이름이 바뀐 후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며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오스카가 주도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멋진 배우와 스태프가 여기 다 와 있다. 모든 예술가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국제 장편 영화상 시상에 앞서 이동진 평론가는 "외국어 영화상과 작품상 동시 노미네이트는 보기 드문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부터 미국의 4대 조합상으로 불리는 '미국감독조합(DGA)' '미국배우조합(SAG)' '미국작가조합(WGA)' '미국제작자조합(PGA)'을 모두 휩쓴 것은 물론, 57개 해외 영화제에서 주요 영화상 55개 상을 받으며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969년 제4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Z'(프랑스·알제리)가 외국어 영화상과 편집상을 동시에 받았다. 외국어 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로, 당시 외국어 영화상, 감독상, 촬영상 등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남은 것은 '감독상'과 '작품상'이다. 그동안 오스카는 외국어 영화에 쉽게 영광의 순간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 1938년 제1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 '거대한 환상'(프랑스)을 시작으로 △1969년 'Z'(프랑스·알제리) △1972년 '이민자들'(스웨덴) △1973년 '외침과 속삭임'(스웨덴) △1995년 '일 포스티노'(이탈리아) △1998년 '인생은 아름다워'(이탈리아) △2000년 '와호장룡'(중국 외) △2012년 '아무르'(프랑스 외) △2018년 '로마'(멕시코) 등 9편의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한 적이 없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이자, 아시아 영화 최초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국제 장편 영화상'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