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스트(진행자) 없이 진행된다. 시상식은 TV조선이 독점 생중계하며,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 안현모가 진행에 나선다.
이번 아카데미상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어떤 부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갈지, 몇 개 부문에서 수상할 수 있을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까지 한국 영화 최초로 오스카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특히 '기생충'이 '1917'(샘 멘데스), '아이리시맨'(마틴 스콜세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등 경쟁 작품을 제치고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할 것인지를 두고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5일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 수상작으로 호명되는 등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이 이어지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38년 제1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 '거대한 환상'(프랑스)을 시작으로 △1969년 'Z'(프랑스·알제리) △1972년 '이민자들'(스웨덴) △1973년 '외침과 속삭임'(스웨덴) △1995년 '일 포스티노'(이탈리아) △1998년 '인생은 아름다워'(이탈리아) △2000년 '와호장룡'(중국 외) △2012년 '아무르'(프랑스 외) △2018년 '로마'(멕시코) 등 9편의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한 적이 없다.
이처럼 외국어 영화를 향해 높게 선 미국이라는 '로컬' 장벽을 '기생충'이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10월 7일 미국 영화 매체 '벌처'(Vulture)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리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그건 매우 지역적인(로컬) 영화제일 뿐"이라고 발언해 미국 등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세계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와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스카'가 가진 한계를 꼬집은 말에 특히 미국에서 "완벽한 요약"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로마'가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넷플릭스에 문을 연 오스카가 이번에도 아카데미상을 내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작품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를 포함해 '두 교황', '내 몸이 사라졌다', '클라우스', '아메리칸 팩토리' 등 8개 작품이 총 24개 후보에 올랐다.
'부재의 기억'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29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로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정식 명칭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이다. 1927년 설립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관으로 전년도에 발표된 미국 영화와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 밖의 업적에 대해 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