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약 4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 역으로 다시금 관객을 찾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규현은 "이제는 '뮤지컬 배우 규현'이라고 소개하는 게 떳떳해졌다"라며 "예전에는 좀 그랬는데 한 다섯 작품 정도 했을 때 느껴졌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공연을 하면서 넘버로 메시지를 전하고 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작품을 계속하다 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표현해내는 것도 알게 되고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초연의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은 지난달 9일 재연으로 다시 공연 중이다. 초연에 비해 더욱 견고한 짜임새의 서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들의 호평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커튼콜 때 박수 함성이 터져 나오면 정말 뿌듯하고 감사하면서 제가 이 공연을 하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해외 팬들도 많이 오고 편지도 보내 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규현이 맡은 주인공 그윈플렌은 캐릭터의 변화하는 서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배역이다. 1막에서는 하층민인 광대의 순수하고 가벼운 외향의 모습이 주로 그려지다가 2막에서 '상위 1%' 공작이 된 뒤 절망을 부르짖는 내면의 모습이 부각된다.
특히 절정에 이르러서 포효하는 그윈플렌의 넘버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는 관객에게 진한 희열의 감정을 선사한다.
"저는 '그 눈을 떠' 넘버를 제일 좋아해요. 공연을 처음 봤을 때도 이 넘버가 기억에 남았는데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하는 그런 것을 버리고 눈을 뜨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삽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희열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정말 진심을 담아서 하고 있어요."
"가요 부를 때랑 확실히 다르게 넘버들을 부르고 있는데, 사실 이제는 가요를 어떻게 부르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웃음) 뮤지컬 넘버를 많이 부르는 것만 생각해서 공연했던 것을 반복해서 매일매일 듣고 있어요. 넘버를 부를 때 가사를 관객들에 잘 전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발음이라던가 넘버 안에 있는 중요한 부분들을 표현해 내는 것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지난해 소집해제를 마치고 다시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규현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일을 해오고 있다. 뮤지컬과 예능, 그리고 슈퍼주니어 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저는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꼽자면 '일'을 꼽을 것 같아요. 일이라고 하면 되게 고되고 그렇지만 제가 하는 일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팬들을 만나 호흡하는 것들이 좋아요. 지인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런 것보다 해외든 국내든 뮤지컬이든 콘서트든 간에 저를 보러와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이 일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쉼 없이 활동을 이어오며 지칠 법도 한데 규현은 오히려 힘들지 않다고 한다. 많은 팬이 걱정을 하지만 "생각보다 별로 안 힘들고 잠도 잘 자고 스트레스도 잘 풀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 스케줄 하면서 비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연습실에 나가서 연습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많이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이랑 합 맞춰볼 시간도 굉장히 많았고요. 또 넘버에 감정을 담아서 표현해내는 게 어려웠는데 옥주현 누나가 도와줘 감사했죠. 누나도 다른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인데도 레슨을 해주시면서 발성할 때 어디를 더 써서 한다든가 발음이라든가 사소한 호흡 같은 것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넘버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잘 돼 가고 있지 않나 생각돼요."
"저는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어떤 역할이든 '규현이는 뭘 해도 볼 만해'라는 평가를 받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 의미있는 노래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시간의 추억을 선물하는 가수도 되고 싶고요."
규현이 열연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는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