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유승민 '만남 제안' 다음날 "종로 출마"

통합 전망 커진 상황, 용산·불출마 관측서 급선회
당장의 만남 거절했지만 성사돼야 선거 유리
또 샅바싸움…한국당 '다자 협상' VS 새보수 '양당 협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오른쪽)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의 리더격인 유승민 의원이 '통합 회동'을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장의 만남을 거절했다.

만남 대신 압박을 받고 있던 서울 종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의 회동 제안은 6일 밤,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은 7일 오후 각각 있었다.

이틀 사이 황 대표는 "종로에 나갈 것이 아니면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압박을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고, 새보수당과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못 나간다면 유 의원이 출마하라"는 요구가 동시에 제기됐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게 될 가능성이 생기자 황 대표가 출마 선언으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보수 통합의 정점이 될 두 사람의 만남은 잠시 미뤄졌지만, 결국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도권을 놓고 양당 합의냐, 한국당 중심의 신당통합 준비위냐 하는 형식의 결정만 남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종로 선언' 끝낸 黃측, 劉측에 "얼굴 비춘다고 통합되는 시기 지났다"

황 대표가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선거구에 출마하겠다는 방침을 공개 선언한 건 7일 오후. 앞서 용산·양천 등의 지역구가 거론되고 불출마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날은 종로 출마 혹은 불출마에 대한 공관위 결정이 예고됐었지만, 공관위는 전날 밤 돌연 회의 연기를 선언했다. 황 대표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이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 시점 즈음이었다.

이후 황 대표 측은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사전에 약속됐던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을 예상보다 짧게 마치고 자리를 떴다.


회동에 대해서는 황 대표의 주변으로부터 회의적인 입장이 전해졌다. "이미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서 발족한 통준위에서 실무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새보수당 쪽에 전했다는 것이 한 한국당 의원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특히 유 위원장과의 단독 회동이 통준위에 참여한 전진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불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언론에 얼굴 비춘다고 통합이 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새보수당이 통합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둘이 만나자고 할 게 아니라 통준위에 공식 참여하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당대표단 회의에서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기자
◇ 劉 구원등판說 자극제 됐나…양측 기싸움 계속

황 대표가 전장에서 도망치려 한다는 지적이 보수 진영에 팽배해지자, 황 대표는 출마를 받아들였다.

유 의원이 회동을 수락하면서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되고, 통합 뒤 유 의원이 상징적인 종로에 대신 등판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새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이 유 의원의 종로 출마를 공개 제안했고, 한국당에선 김성태 의원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났다.

양측의 교신한 뒤 종로 출마가 결정된 만큼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될 수도 있다. 한국당은 새보수당이 선거연대를 포기하고 통준위 다자협상에 참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쪽에서도 진이 많이 빠졌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그쪽에서 제안이 왔던 만큼 앞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이제 와 통준위에 참여하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양당 협의체에 응하겠다던 약속은 거짓말이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 같은데 이렇게 자꾸 도망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니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결심한 것처럼 통합 논의도 정면돌파를 했으면 좋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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