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대신 압박을 받고 있던 서울 종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의 회동 제안은 6일 밤,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은 7일 오후 각각 있었다.
이틀 사이 황 대표는 "종로에 나갈 것이 아니면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압박을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고, 새보수당과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못 나간다면 유 의원이 출마하라"는 요구가 동시에 제기됐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게 될 가능성이 생기자 황 대표가 출마 선언으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보수 통합의 정점이 될 두 사람의 만남은 잠시 미뤄졌지만, 결국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도권을 놓고 양당 합의냐, 한국당 중심의 신당통합 준비위냐 하는 형식의 결정만 남았다.
황 대표가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선거구에 출마하겠다는 방침을 공개 선언한 건 7일 오후. 앞서 용산·양천 등의 지역구가 거론되고 불출마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날은 종로 출마 혹은 불출마에 대한 공관위 결정이 예고됐었지만, 공관위는 전날 밤 돌연 회의 연기를 선언했다. 황 대표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이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 시점 즈음이었다.
이후 황 대표 측은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사전에 약속됐던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을 예상보다 짧게 마치고 자리를 떴다.
회동에 대해서는 황 대표의 주변으로부터 회의적인 입장이 전해졌다. "이미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서 발족한 통준위에서 실무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새보수당 쪽에 전했다는 것이 한 한국당 의원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특히 유 위원장과의 단독 회동이 통준위에 참여한 전진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불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언론에 얼굴 비춘다고 통합이 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새보수당이 통합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둘이 만나자고 할 게 아니라 통준위에 공식 참여하면 된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전장에서 도망치려 한다는 지적이 보수 진영에 팽배해지자, 황 대표는 출마를 받아들였다.
유 의원이 회동을 수락하면서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되고, 통합 뒤 유 의원이 상징적인 종로에 대신 등판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새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이 유 의원의 종로 출마를 공개 제안했고, 한국당에선 김성태 의원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났다.
양측의 교신한 뒤 종로 출마가 결정된 만큼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될 수도 있다. 한국당은 새보수당이 선거연대를 포기하고 통준위 다자협상에 참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쪽에서도 진이 많이 빠졌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그쪽에서 제안이 왔던 만큼 앞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이제 와 통준위에 참여하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양당 협의체에 응하겠다던 약속은 거짓말이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 같은데 이렇게 자꾸 도망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니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결심한 것처럼 통합 논의도 정면돌파를 했으면 좋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