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 황교안은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 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 당 대표로서 이미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내려놓겠다고 한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나"라면서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을 기다렸다는듯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벌써부터 거물급 대결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 전 총리는 입장문에서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3일에도 황 대표를 겨냥해 "신사적인 경쟁을 한 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승부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맞대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번 승부가 사실상 대선 전초전(前哨戰)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둘 중 한 명만 살아 남는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은 '정치 1번지' 종로를 차지함과 동시에 대권에 한 발 더 내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승리할 경우, 현재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황 대표의 기세를 꺾고 압도적인 대권주자 1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또 6년 만에 원내(院內)로 복귀하면서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당내 세력도 규합하며 대권의 발판을 다질 수도 있다.
반대로 황 대표가 승리하게 되면, 황 대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에 이어 대권주자 2위를 줄곧 해온 상황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낸다면, 여권의 유력한 잠룡 후보의 앞길을 막는 것과 동시에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판세로만 따지면, 이 전 총리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여당에 대한 서울 민심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데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뒀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조직을 이 전 총리가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또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 선언 직후 설연휴 때부터 줄곧 종로를 돌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일단 황 대표가 '험지'로 분류되는 종로에 출마하면서 희생의 리더십을 보인 만큼 TK(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또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새로운보수당과의 보수통합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출마지를 고민하느라 상대적으로 보수통합에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전력투구(全力投球)로 통합작업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종로에서도 큰 틀에서는 '야당 심판'과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 경쟁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총리 측은 '보수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개혁 작업에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을, 황 대표 측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변수다.
신종 코로나는 양측 모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며 신종 코로나가 계속해서 확산된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전반적인 선거판이 조용하게 흘러갈 경우, 보수통합 등으로 판세를 흔들려는 황 대표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