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 촉발 '김기현 첩보'…檢 "새로 만들어"

검찰, 靑민정수석실 행정관 새로운 첩보 직접 '생성'
"일부 편집해 요약·정리 수준"…靑 해명과 정면 배치
첩보 생성·이첩 과정 얽힌 성격에 따라 후폭풍 전망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에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관련 첩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행정관이 생산했다고 결론 내렸다.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해 요약, 정리했다'는 취지로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해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해당 첩보의 생성, 이첩 과정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문건의 성격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7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문모 전 행정관이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받은 비위 첩보를 가공해 새로운 범죄첩보서를 직접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문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9일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진정서(울산시)'라는 제목의 파일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이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의 범죄첩보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특히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한 범죄첩보서와 작성 배경이 된 송 전 부시장의 진정서가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송 전 부시장의 진정서에 적힌 '청와대 진정사건(2017년 9월초) 소제목이 '지역 토착업체와의 유착 의혹' 등으로 바뀐 점이다.


또 진정서에 있던 '울산시 조례에 따라 지역 건설업 발전을 위해 가급적 지역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는 내용은 삭제됐는데 검찰은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문구는 레미콘 납품업체 선정 관련 의혹으로 이미 청와대에 진정이 접수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첩됐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지자체의 자치 법규에 따른 조치로 경쟁 제한성을 단정하기 어려워 시정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공정위 결론에 따라 범죄 첩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일부러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외에도 ▲'비서실장과 회계과 중심 비리'를 '비서실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해 전횡'으로 ▲'비서실장이 이○○와 골프를 치고 1주일 뒤에 이○○ 승진'을 '비서실장이 이○○에게 골프 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 1주일 뒤에 이○○ 승진'으로 ▲'뇌물수수 요구·불법 토지수용'을 '인허가 도와주는 조건으로 시행사 지분을 받기로 하고 불법토지 수용' 등으로 여러 대목이 수정됐다.

검찰은 진정서에 없는 내용이 새로 추가된 점도 확인했다.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한 범죄첩보서에는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는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고소인의 반발로 최근에야 수사에 적극성을 보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하지만 송 전 부시장이 작성한 진정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문 전 행정관은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 정보를 가공해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첩보서를 직접 생산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첩보를 제보받아 이첩하는 과정에서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문 전 행정관이 최초 제보에 없던 내용을 첩보에 추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12월 7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누군가 제보 문건과 청와대가 경찰로 이첩한 문건을 비교한 뒤 어느 부분이 추가로 작성됐는지 살펴봤다는 것인데, 과연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사실상 청와대 해명과 배치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법정 다툼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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