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계열 중국관련 정보기술 매체 애버커스(abacus)는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 대책으로 우한시를 비롯한 주변 지방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면서 예상치 못한 폐해가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광둥성과 장시성, 난징·마안산·신양시 등 2개성, 3개시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명령을 내렸다. 대다수 지역에서도 마스크 착용 없이 외출하는 사람을 발견하기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은 사회안전을 이유로 다양한 사회신용 시스템에 얼굴인식을 통한 인증이 보편화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수천여개의 CCTV 카메라나 공안에 보급한 스마트 안경을 통해 범죄자를 색출하고, 공중화장실에서까지 휴지를 제공하는데 절도 방지를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이미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한 인구조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또다른 아이폰 사용자는 "지난 이틀 동안 나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지금같은 상황에서 아이폰의 페이스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애플이 지문인식 기능을 부활시켜달라"고 말했다.
최신 아이폰은 터치ID 지문인식을 폐지하고 페이스ID 얼굴인식만 지원한다. 문제는 아이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되면서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중국정부는 온라인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스마트폰 사용자의 얼굴 등록을 의무화하도록하면서 얼굴인식 없이는 모바일 뱅킹이나 금융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버커스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신종코로나 공포까지 겹치면서 외출은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서는 이틀만에 8천만개의 마스크가 판매됐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황사나 미세먼지 영향으로 발병 이전부터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이때문에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는 2018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마스크 착용 사용자의 경우에도 얼굴인식이 될 수 있도록 연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브루스 리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핸드셋 부문 부사장은 당시 웨이보 계정을 통해 "메이트20 프로에서 마스크 착용 얼굴인식 시나리오를 테스트했지만 눈과 머리 등의 특징점이 너무 적어 보안을 보장할 수 없다"며 "마스크나 스카프 착용시 얼굴인식 잠금해제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3D 얼굴인식 외 지문인식 기능을 유지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얼굴인식 기술이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면서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과 같은 이전 기술에는 불편을 이유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양대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 사용자는 웨이보에 "나는 위챗페이 얼굴인식에 익숙해 있는데 요즘 마스크를 쓰면서 얼굴인식을 통한 결제에 번번히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입력 방식으로 바꿀 수 있지만 불편해서 실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사용자는 "그나마 지문인식 결제가 훨씬 낫다"며 "얼굴인식, 난 감히 마스크를 벗을 엄두도 못내겠다. 그리고 암호입력 방식은 너무 느리다. 내가 원하는 건 돈을 빨리 지불하고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일상에 얼굴인증이 얼마나 뿌리깊게 침투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애버커스는 지적했다.
반면 마스크 착용이 편하다는 이들도 있다.
웨이보 계정 Miss_gao는 "마스크와 모자만 쓰면 외출 준비에 1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메이크업을 위해 파운데이션을 바르거나 머리를 감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만 "얼굴인식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꼽았다.
중국정부는 최근 얼굴인식 등 디지털 감시체계를 총동원해 신종코로나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확산을 막을 계획이지만 마스크 착용이 늘면서 얼굴인식을 통한 능동감시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초 한 대학 교수가 중국내 한 동물원이 방문객의 얼굴인식 인증을 의무화한 것에 반발해 동물원측을 고소하면서 기업의 대규모 개인 데이터 수집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9월에는 한 대학이 학생들의 출석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시범 도입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과도한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제한하고 규제하고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