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과 같은 대선주자급의 강력한 구심점은 없지만 교섭단체를 유지할 경우 얻게 될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손학규 대표의 전략이 먹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6일, 손 대표가 전날인 5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쏘아올린 통합의 신호탄에 각각 화답했다.
창당 2주년을 맞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의 길로 가는 마당에는 대국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앙금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소소한 일인 것이고 크게 보고, 큰 틀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사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통합의 움직임에는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대안신당도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이 전날 손 대표와 회동한 데 이어 이날에는 바른미래당 측 협상 대표인 박주선 의원과 만났다.
대안신당 최경환 대표는 이날 "손 대표가 대안신당, 평화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며 제3지대 통합을 위한 큰 결단을 내려줬다"며 "3당 대표들이 모여 3당 통합선언이라는 정치적 선언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자신의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김성식, 김관영 등 현역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을 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모두 탈당을 하면 안 전 의원을 지지하는 비례대표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통해 이른바 '셀프 제명'을 한 후 '안철수신당'(가칭)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통합으로 의원수가 대폭 늘게 되면 이러한 이탈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인물 영입 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등 총선을 위한 변곡점 마련이 어려운 대안신당과 평화당으로서도 통합이 성사되면 소수당의 어려움 중 하나인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100억원 가량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데다, 통합으로 인해 20석이 요건인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경우 1분기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120억원대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안신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수당으로서는 당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가 애로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차례의 분당으로 인해 당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당직자들은 물론이고 의원들도 당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탈당사태에서 확인됐고, 정 대표의 리더십 또한 평화당 분당사태를 통해 어느 정도 평가가 내려진 상태다.
최 대표도 초선 대표라는 신선함은 있지만 통합 신당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리더십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호남 3지대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안 전 의원 측은 신당명을 '안철수신당'으로 할 정도로 인물의 파급력은 상당하지만 이번 통합 추진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모두 교섭단체, 5석 이상 20석 미만, 5석 미만을 기준으로 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 안 전 의원 측 의원들이 셀프 제명 등의 방식으로 인해 안철수신당에 합류하게 돼 5석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최소 22억원 이상의 선거보조금을 확보하게 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경우에는 안 전 의원을 돕고 있는 권은희 의원 몫만 챙기는 데 그치게 된다.
아울러 현역 의원 부족으로 인해 인물난 속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내 안 전 의원 측 의원들은 지역구 의원 탈당 후 의원총회를 열고 스스로에 대한 제명 안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탈당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제명의 경우 당 윤리위원회에서 결정이 이뤄져야만 의원총회에서 제명을 할 수 있도록 한 당헌·당규로 인해 먼저 윤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윤리위는 손 대표가 장악하고 있어 절차상의 하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 호남 통합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셀프 제명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 마저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평화당이 일제히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안철수를 뺀 국민의당 시즌2'는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