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깃집 17년에 이러긴 처음" 손님 끊긴 신촌의 '한숨'

23번째 확진자 방문한 서대문구 신촌, 사람들 발길 '뚝'
늦은 오후에도 노점들 문 닫고 임시휴업한 식당도
"중국 관광객 차단 너무 늦었다" 비판…학생들도 불안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점심 전후 세 시간 동안 다섯 테이블 받았어요. 평소에는 바빠서 엉덩이도 잠깐 못 붙일 시간인데…".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버블티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은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서울 기준)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찾아온데다, 2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신촌 번화가에는 더욱 사람들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23번째 확진자 A(57)씨가 일행 7명과 지난 2일부터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도시형민박시설(공유주택)에서 머무른 사실까지 알려졌다. 굳은 표정의 상인들은 "대학들이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는데 관광객들까지 사라질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연세대학교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이번달 신입생 행사 예약이 다 취소됐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로 손님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고깃집 17년 동안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이모(68)씨는 "종종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두세명씩 오긴 하지만 단체(예약)는 전혀 없다"며 "매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화여대부터 연세대까지 이어지는 번화가에 줄지어 선 상가들도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한 닭갈비집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잠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임시 휴업 중이었다.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번화가의 노점상들이 휴업 중인 모습이다. (사진=김태헌 기자)
관광객이나 대학생들로 붐볐던 로드샵이나 화장품가게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예 가게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단한 먹거리나 양말 등 공산품을 파는 노점들은 점심을 훌쩍 넘은 오후 4시쯤에도 절반 이상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신촌에서 10년 넘게 노점상을 했다는 60대 남성은 "확진자가 서대문구에 왔었다는 뉴스를 봤다. 날씨가 추워져서 장사도 안 되는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면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다잡았다.

그는 현재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굉장한데 (중국 관광객 입국) 차단이 너무 늦었다"며 "대통령이 국민 건강을 생각해야지 외교를 생각하다가 일을 그르쳤다. 적어도 10일 전에는 입국을 금지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들도 불안함을 호소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정모(28)씨는 "사람들이 모이는 분위기는 확실히 없어졌다.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맞다"며 "마스크는 되도록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산업공학과 4학년에 다니는 금수찬씨는 "주변에서 불안하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개강이 늦춰지면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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