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운동권 세대, 전·현직 대통령의 측근 등 공통점도 있지만 그간의 삶의 궤적과 향후 전망이 유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총선 역할론을 놓고도 두 사람간 온도차이가 감지된다.
◇ 문재인의 남자로 변신한 운동권의 아이콘
1988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이 된 임 전 실장은 이듬해인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의회, 이른바 전대협의 3기 의장을 맡으면서 학생 운동권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을 도운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된 그는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정치.사회적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면복권 후에도 정계 진출이 유력한 인사로 주목을 받던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모교가 위치한 서울 성동구을에서 당선되며 본격적인 여의도 활동을 시작했다.
17대 총선에서도 당선하며 재선에 성공했고, 열린우리당에서 대변인을 맡는 등 중앙정치에서 일정 역할을 부여받기도 했지만 크게 주목받는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대북정책에 관심이 크던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 대북송금 특검 반대 등의 활동을 펼쳤지만 인지도 등에 있어 '운동권 시절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뉴타운 열풍으로 민주당이 참패한 2008년 18대 총선에서 3선에 실패한 임 전 실장은 정치자금법 유죄 판결로 19대 총선에는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도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후 2016년 20대 총선에 다시 도전해 서울 은평을에 출마했지만 신인이던 강병원 당시 후보에게 이변에 가까운 경선 패배를 당하면서 중앙정계 복귀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그러나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후보 비서실장으로 영입한데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까지 임명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아울러 국회 운영위 출석 때 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강하게 답변하는 등 문 대통령과 여권의 방패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급한 종로 이사로 구설수에 올랐고, 86세대 퇴진론이 여권 내에서 불거지자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노무현의 남자…10년만의 복귀
임 전 실장과 달리 이 전 지사의 대학 시절은 공장노동자로 근무하는 등 학생 운동에 나서긴 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운동권 학생의 삶이었다.
이 전 지사의 정치 행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으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노무현의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청와대 생활을 했던 그는 보수세가 강한 강원의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서 17대, 18대 연이어 총선 승리를 얻어내며 민주당의 강원지역 구심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점과 강원 주민 사이에서 일던 '강원주자 대권론'에 힘입어 지방선거 실시 이후 최초로 민주당 출신 도지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탄탄대로 처럼 보였던 그의 행보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아들인 노건평씨, 권양숙 여사 등과 함께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그는 유죄 확정으로 인해 도지사 당선 7개월 만에 지사직을 상실했다.
2021년 2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돼 올해 총선에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총선 역할론이 커졌다.
민주당은 두 인사에게 같은 시기에 총선에 동참해 줄 것을 권유했다.
임 전 실장에게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고, 이 전 지사에게는 이해찬 대표가 만찬을 하며 역시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반면, 이 전 지사는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거듭된 구애에도 아직 두 인사 모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총선 출마 여부, 총선에서의 역할 여부와 무관하게 두 인사가 2022년 대선과 관련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지역구 출마, 또는 선대위원장직 수락으로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통일과 관련한 일을 하겠다고 한 만큼 대선 의제를 선점하고 바로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내에서는 임 전 실장이 서울지역 선거를 맡아줄 것이냐, 호남지역 선거를 맡아줄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총선을 넘어선 행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출마하거나 선거전에 나설 경우 이미 종로 출마가 확정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역할이 겹치고, 전남 선거를 도울 경우 고향이 전남 장흥인 점과 연결되면서 또 한 명의 호남 주자로만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예 다른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일이 총선보다 더 큰 의제인데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굳이 다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며 총선 등판론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임 전 실장의 측근들 사이에서 총선을 넘기고 바로 대선을 준비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수년 째 한반도·동북아 싱크탱크인 여시재의 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지사도 대권 주자로의 비전 등 준비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10년 동안 중앙정계에서 활동하지 못해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단 당내 역할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선대위원장직까지 맡은 만큼 강원지역에서 유의미한 총선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향후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강원지역 험지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단숨에 몸집을 불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도 나온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친노의 지지세가 이 전 지사로 집중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전 지사가 명예 회복을 위해 대선 대신 2022년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를 우선 목표로 할 경우에는 대선 시간표는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노를 중심으로 한 범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도, 86세대에서도 각각 대선주자를 내고 싶은 열망이 강한 상황"이라며 "총선 과정에서, 또 총선 이후의 과정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