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이자를 받는 초저금리 시대에 최고 연5%라는 단비같은 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3일 출시한 '하나 더 적금'이 5일 오후 5시 기준 가입계좌 수는 132만3745좌를 기록했다. 초회 납입액은 3665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하나은행 앱인 '하나 원큐'는 상품 출시 첫날부터 접속 지연이 이어졌다. 각종 블로그에 가입 방법 등이 포스팅 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에 오랜 시간 하나은행 적금과 관련한 검색어들이 올라있었다. 각종 재테크 카페에서는 "가족 이름으로 모두 들었다", "놓치기 아까운 조건이다","스마트폰 말고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빠르다" 등의 후기가 수십개씩 올라왔다.
'하나 더 적금'은 연 3.56% 기본금리에 입출금 통장에서 자동이체 등록, 온라인을 통해 가입할 경우 등 금리 우대가 추가돼 최대 5.01% 금리 혜택을 누리게 된다. 기간은 1년으로 금액은 10만~3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1인 1계좌로 한정된다.
5%라는 이자율이 가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긴 하지만 최대 적금 가능금액인 30만원을 1년 넣는다고 가정하면, 내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8만2650원(세후)에 불과하다.
적금에 가입한 김씨는 "이자로 들어오는 돈이 얼마 안 되는 건 알지만, 지금 돈도 그냥 통장에 묵혀만 두는데 요새 같은 저금리시대에 어차피 묵힐거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많이 주는데 두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에 가입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가 1000만 고객 돌파 기념으로 내놓은 5% 정기예금은 '1초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초저금리'가 배경에 있다. 주요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1년 만기 기준 적금금리는 연 1.20~2.40%, 예금금리는 1년 기준 1.0~1.5%선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연 2%대가 무너져 79개사 평균 연 1.99%에 불과하다.
금융연구원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정기예금 1%대, 많아야 2% 초반인 상황에서 5%를 준다고 하니 몰리는 것이다. 8만원이라는 이자가 크지는 않는데, 수익률을 비교할 때 절대적 수치 5%라는 게, 일반 적금의 2배 이상이기 때문에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의 반값 판매와 같은 것"이라며 "금액이 10~30만원이라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금리가 워낙 낮아서 금리가 조금만 높아도 몰리는 것 같다. 지금 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상품(DLF, DLS) 사태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 등도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돈이 쌓이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771조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 동기 702조 대비 1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기예금 잔액이 두 자릿 수 증가율을 나타내는 건 2018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일종의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금잔액이나 CMA(종합자산관리, 수시입출금가능)등에 돈이 쌓여있다는 건 투자할 곳을 기다리는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