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공소장 비공개'…법무부 국회법 위반 '논란'

법무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위해 조화롭게 해석"
'제출 거부할 수 없다'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지적
"공인의 범죄내용인데 알 권리 차단하나" 비판도

추미애 장관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내용이 담긴 공소장을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국회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 범위에서 이를 공개·제출하기로 결정했고 이후에도 이같은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생활 등이 침해된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국회로부터 서류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군사ㆍ외교ㆍ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일 경우 등 매우 제한적이다. 법무부가 제출을 거부한 사유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은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일 경우에만 정보를 비공개처리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진행중인 수사에 방해가 되거나 피고인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등도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에서는 공소장 공개가 향후 수사에 지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자료를 법무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될 경우 통상 수사팀이 비공개를 요청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근거로 근 법무부 훈령이 상위법인 국회법에 우선시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전날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밝히며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들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훈령 하나만으로 여태까지 이뤄져왔던 관행 및 법제의 틀을 변경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며 "국회법을 개정하는 등 방식으로 판단해야지 훈령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하면 입법이라는 것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비공개 방침을 밝힌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교수는 "법원이 공개권을 가지면 공소요지는 왜 법무부에서 발표하는 건가"라며 "공소장이 법원의 것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법원 출신 변호사도 "법무부 내부 지침인 훈령으로 상위법인 국회법을 제한한다는 건 이상하다"라며 "법 체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청와대 주요 공직자인만큼 공인 신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다른 변호사는 "그동안에는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해오다 공인 중의 공인에 해당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범죄내용은 인권을 들어 보호한다는게 맞지 않다"라며 "일찌감치 공개해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을 받아야 했다"고 짚었다.

반면 법무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법령상 공소장을 공개하라고 나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의 범죄사실이 적시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이를 간략히 요약한 '요약본'만 냈다.

다만 요약본 내용이 검찰의 기소 당시 나온 보도자료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비공개에 부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법무부에 넘긴 약 70페이지 공소장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2018년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