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환기설비 설치가 의무화된 수도권 아파트 24곳을 대상으로 환기설비 사용과 필터 관리에 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4곳은 필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아파트 환기설비는 탁한 실내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공기를 필터로 정화한 뒤 유입시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시켜줄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환기설비 유지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필터의 권장 교체 주기는 약 3~6개(약 2000~4000시간)이다.
하지만 조사대상 아파트 20곳의 필터 모두 최소 2년에서 최대 9년까지 교체가 되지 않아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곰팡이도 확인됐다.
또 아파트 14곳(70%)의 필터는 공기정화성능이 60% 미만으로 일부 필터의 사용시간이 권장 교체주기(1000시간) 이내였지만 정착 기간(2~6년)이 오래돼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기계환기 설비의 환기 성능이 60% 이상을 충족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조사대상인 아파트 24곳 가운데 20곳(83.3%)은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발령된 날에도 관리사무소를 통해 환기설비 가동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7곳(29.2%)의 거주자는 세대 내 환기설비 위치를, 14곳(58.3%)의 거주자는 필터 교체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관리에 관한 인식이 낮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에 아파트 환기설비 유지관리 매뉴얼에 대한 홍보 강화를 요청하고, 각 지자체에 조례 개정을 통해 관리사무소의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환기설비 사용‧관리 및 주기적인 필터교체 안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