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에서 강세를 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물론 대세론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록 부분 개표상이지만, 보기 좋게 따돌리면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다른 유명 정치인보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이름이 덜 알려진 피트 부티지지 후보는 누구일까?
그는 올해 38세(82년생)로 11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 가운데는 가장 어리다.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인디애나주의 사우스 밴드라는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을 다녔다.
이어 미군 해군(예비군)에서 정보 장교로 일하고 아프간 전쟁에도 참전했다.
또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이어 2011년 만 29세의 나이로 고향 사우스벤드의 최연소 시장에 당선된 뒤 두 차례 시장직을 수행했다.
시장 재임시절인 2015년에 그는 자신이 성소수자라며 커밍아웃을 하기도 해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2018년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해였다.
그해 6월, 8살 어린 체이스튼 글레이즈먼(중학교 교사)을 남편으로 맞아 결혼을 한다. 그리고 6개월 뒤 인 12월에는 사우스 밴드 시장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돌연 대권 출마를 선언한다.
그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민주당 유력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 오른 것은 유려한 언변과 전략적인 공약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선 그는 세대교체론의 기치를 빼들며 전장에 나섰다. 최연소의 나이로 미국 정치의 새로운 시대로 연결하는 가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성 정치 및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한 유권자들을 향한 핵심적인 메시지다.
최연소 나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공약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들을 위한 장기 건강보험 도입이다.
그는 스스로를 '은퇴 담당(retirement guy)'이라고 소개하면서 "사회 보장제도 강화 뿐 아니라 모두가 은퇴한 뒤 존엄있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신의 노인 정책을 '그레이 뉴딜 정책(Grey New Deal)'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그는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다. 그의 거침없는 연설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부티지지에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말에서는 '어'나 '음' 같은 군더더기 사운드를 들을 수 없다. 그가 원고 없이 내 뱉은 말을 직접 받아쓰면 아름다운 문장이 될 정도로 언변이 탁월하다"
첫 말이 이랬다.
What a night! Because tonight improbable hope became an undeniable reality.
(참으로 멋진 밤입니다. 왜냐면 오늘 밤, 있기 힘든 희망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를 직감한 듯 "아이오와여, 그대는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제 우리는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이어 갈 것"라고 했다.
청중들은 '부티지지 대통령'을 연호했다.
하지만 9개월의 대선 마라톤 레이스에서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그가 실제로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는 동성애자에 대해 미국사회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터부 등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참고로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