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혼돈에 빠진 우리금융그룹…정치권 개입설, 미래성장 흔들

손태승 회장 이사회에서 거취표명, 연임 포기 가능성
차기 은행장 인선 중단, 차기 회장 선출 급해져
은행장 선출 놓고 특정 후보 정치권 연계설까지 등장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것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임절차가 중단된 우리은행장 선출 등을 놓고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우리금융 손태승 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 의결안을 변경없이 원안 그대로 최종 확정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절차가 남아있어 통보가 미뤄지고 있지만 개인 징계안은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기 때문에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더 이상 변경될 여지가 없다.

차기 회장이 최종 결정되는 3월 주주총회 이전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감독기관과 정면충돌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손 회장이 소송전으로 사태를 키우기 보다는 오는 7일에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고 남은 임기동안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선임절차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우리은행장 선출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어 손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은행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회의를 끝으로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그 이후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되면서 이제 은행장 선출이 아닌 차기 회장 선출이 보다 급선무가 된 상황이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경우 당장 다음달 24일에 열리는 주주총회 전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부문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 권광석 새마을금고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등 차기 은행장 후보가 회장 후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초 손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정기 부분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사진=노컷뉴스DB)
특히, 금감원 제재심을 기점으로 손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차기 은행장 선임을 놓고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초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후보가 청와대 인맥을 이용해 뛰고 있다는 얘기가 은행 내부에서 돌고 있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청와대나 여권이 개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 얘기가 돌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규제산업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결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아직 손 회장의 거취 결정이 남아 있지만 DLF 사태와 금감원 제재 등으로 최고 경영진이 흔들리고 있는 사이 정치권 개입설까지 더해지며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 전문가는 "올해 국내 금융업계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실상 국제금융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금융권의 조직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DLF 사태 등을 겪으면서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 시급한데, 지금 외부에서 너무 많이 흔들고 있다는 느낌이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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