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방문이력 있는 '16번 환자'…2주 가량 방역망에서 벗어나 있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4일 오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16번째 확진자로 42세 한국인 여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16번 환자는 태국을 여행한 뒤인 지난달 19일 입국해 이달 3일 전남대학교 병원에 격리되기까지 최대 16일 동안 방역망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폐암 기저질환이 있는 16번 환자는 지난달 25일 저녁부터 오한 등의 증상이 있어 28일 광주 광산구 소재 광주21세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지난 3일 전남대학교 병원에 내원해 격리조치됐고, 이튿날 오전 양성으로 확인됐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는 4일 오전 광주21세기병원을 임시 폐쇄했다.
◇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우려…'슈퍼 전파자' 현실화되나
16번 환자의 상세한 이동동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약 6일 동안 중급병원에서 단기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병원 내 전파'가 일었던 메르스를 연상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홍역을 앓던 2015년 5월 29일 당시 확인된 국내 확진자 13명 중 10명은 국내 첫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통해 감염됐다.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태국 현지에서 감염됐는지에 대해선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2차 전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은경 본부장은 "여행지에서의 어떤 접촉의 가능성, 중국 후베이성 주민과의 접촉 가능성 같은 가능성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역학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업데이트된 정보가 있는지, 한국인과 접촉한 (태국인 확진자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태국 보건당국에) 확인을 요청했는데 오늘(4일)까지 받은 명단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16번 환자가 입국시 검역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을 두고 "중국 방문 이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태국 전체를 위험 지역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검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감염 경로가) 단지 태국이라고 특정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며 "역학조사 결과를 보고 감염원과 감염 경로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 12번 환자 접촉자, 정부 첫 발표보다 5배 '껑충'…일각에선 "동선 공개마저 불안"
관광 가이드인 12번 환자(48·남)는 대중교통, 택시, KTX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서울·부천·강릉·수원 등을 넘나들었다. 12번 환자의 아내도 국내 14번째 확진자로 지난 2일 판정을 받고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중대본은 12번째 환자와 접촉한 이들의 규모가 666명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같은 날 보건당국이 밝힌 확진자들의 접촉자(1천 318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2일 보건당국이 처음 발표한 접촉자 규모(138명)의 5배, 3일 밝힌 인원(361명)의 2배에 달한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환자관리팀장은 3일 브리핑에서 "12번 환자의 접촉자가 어제, 오늘 사이에 많이 늘었다"며 "CGV 부천역점, 인천 소재 출입국관리사무소, 경기 군포시에 있는 더건강한내과의원과 같은 의료기관, 면세점 등에서의 접촉자 조사가 진행되면서 인원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접촉자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곽 팀장은 "12번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조사가 거의 다 마무리된 상태라 많이 증가하는 양상은 앞으로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작은 정도의 변동만 있을 것 같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확진자 이동 동선 공개를 둘러싼 세간의 우려에 정 본부장은 "동선 공개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노출 가능성을 알려 빠른 신고와 예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문가들 "확진자 동선 빨리 공개해 전파 최소화해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최소화를 위해선 ▲확진자 이동 동선의 빠른 공개 ▲검역 강화 대상국 확대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역학조사관이 확진자의 시간대별 동선을 빨리 찾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병원 환자들,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은 면역체계가 일반 시민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며 "보건당국이 확진자 동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추가 감염병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6번 환자가 수일 동안 중급병원에서 단기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박 교수는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가 다녀간) 두 병원 모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병원에서 노출이 됐다면 일반 지역사회보다는 보건당국이나 의료진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 강화' 대상 국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국가는 30여곳 정도로 점점 늘고 있다"며 "해당 국가들을 방문한 입국자들에게 입국시 방문 이력과 증상 등을 면밀히 물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슬슬 이 같은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