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감안해 입국금지 대상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정부도 단계적 확대방안을 이미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진행한 결과 최근 14일 동안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 체류했던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4일 0시를 기해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한국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선제조치다.
신종 코로나가 처음 발견된 때는 지난해 12월 초, 하지만 겨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 0시 기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는 361명으로 집계됐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3년 전반기를 휩쓸었던 당시 사망자 수 349명을 벌써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후베이성만 입국금지 대상지역으로 제한한 이유는 3일 기준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한국 내 확진자 9명이 모두 우한시에서 직접, 혹은 우한시를 경유한 뒤 입국했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해외의 사례를 취합해봐도 중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가 유입된 경우 모두 우한시를 거친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한 지역은 역시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으로 지목됐다.
아울러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 등 일부 부처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엄격한 입국금지를 피해 밀입국 시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입국금지 조치에 반대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의 대중교통을 봉쇄했기 때문에 뒤늦은 입국금지 조치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3일 "현재 후베이성으로부터의 항공편은 없다"며 "후베이성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은 우한시로부터 출발하는데, 우한시 자체가 교통수단이 통제돼 후베이성에서 직접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입국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내 신종코로나 발생자 중 약 40%가 후베이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상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저녁 전문가 그룹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야 현재의 검역체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유입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요구는 중국에서 오는 절대적인 (입국자) 수가 줄어야 방역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정부가 찾는 역할이지만, 우리는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 수가 줄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당위성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도 3일 입국금지 조치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고, 당국도 향후 입국금지 대상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사협회, 감염학회의 의견도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입국을 금지)하자'는 의견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춘절 등 잠복기가 지나 환자가 증가할 여러 가능성을 놓고 단계적으로 위험도 평가를 통해서 (위험지역을 )확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중국 전역을) 다 막기 힘들다면 문제 지역을 선별하는 능력과 기준이 필요하다"며 "중국 현지에서 지역사회 내 전파 확산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할 도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우한시, 후베이성이 아닌 지역에서 해외에 유입되는 사례가 나타난다면 굉장히 위험해진다"며 "환자 발생 증가 추이 등 현재 발생상황을 어떻게 모니터링할 것인지 판단할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