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왜 '靑의혹 공소장' 꼭 쥐고 있을까

정권 겨냥한 수사 관련 자료 국회 제출 '늑장'
'물갈이 인사' 대한 윤석열 입장도 지연 제출
"정권에 불리한 서류만 늦게 내는것 아니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1주일이 되도록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소장에 검찰 수사 내용이 담겨 있어 일부러 제출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앞서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공소장과 최근 검찰 인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고 버틴 적이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의 범죄사실이 적시된 공소장을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다.

해당 공소장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2018년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백 전 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비위 내용을 이첩하고 이후 '하명수사'로 이어진 과정 등과 당내 경선 과정에서 송 시장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과정 등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기소한 뒤 익명화를 거쳐 이튿날 법무부에 관련 공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통상 국회가 공소장을 요청할 경우 법무부에서는 하루 이틀 안에 넘기는 게 관례였다. 주요 사건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주요 공범에 대한 범죄사실이 적혀 있을 경우 수사팀에서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무부에 전달한다. 이 경우 관련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수사의 공범이나 수사내용 등을 고려할 때 국민의 알권리에 비춰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공개 여부는 법무부 소관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공소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국에서 공소장을 넘겨받아 내용을 검토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검토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의 늑장 제출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국회가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내지 않았다.

해당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딸 조모씨의 인턴 경험과 수상 내용을 임의로 조작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는 국회 요청 이후 열흘이 지난 같은달 17일 제출했다.

공소장 제출 여부는 법무부장관이 최종 승인하도록 돼 있다. 당시 조 전 장관이 펜을 쥐고 있었다.

이밖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1월 8일 단행한 이른바 검찰 '물갈이 인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서도 국회에 늑장 제출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인사에서 윤 총장의 참모진에 해당하는 검사들이 줄줄이 지방으로 좌천됐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의원실은 지난달 9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한 윤 총장의 입장을 요청했다.

대검찰청 청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검은 나흘 뒤인 13일 "법무부로부터 인사의 사유, 시기, 원칙, 범위, 대상 및 규모 등 인사 계획이나 구체적 인사안을 제시받지 못해 인사에 관한 의견개진을 하지 못했다"며 검찰청법에 따른 적법한 인사절차가 아니었다는 내용의 윤 총장 의견을 담아 법무부에 제출했다. 추 장관 인사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내용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차일피일 제출을 미루다 18일이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통상 법무부가 대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뒤 바로 국회에 제출한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제출이 지연되는 동안 법무부는 국회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민감한 사안이니 검찰에서 직접 설명을 해달라고 대검에 전달했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정치적 논리로 특정 사건의 일처리만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례를 보면 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서류만 늦게 제출된다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통상의 관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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